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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l 25. 2023

퇴사하면 꼭 성공해야 하나요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말자

 구청 공무원을 그만뒀던 2020년 가을, 나와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은 내 퇴사 소식을 듣고는 하나같이 내게 전화를 걸어, 마치 모두가 짠듯이, 이렇게 물었다.


 "야, 너 그만둔다며? 뭐 다른 거 준비하려고? 설마 대책도 없이 그냥 관두는 건 아니지?"


 당시 나는 주변 사람들의 그 공통된 질문에,


 "아, 대학원 가서 못했던 전공 공부 좀 더 해보려고요.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봐야죠"


 라고 퇴사를 결심했을 때부터 준비해왔던 '거짓 답변'으로 답했다.


 모든 질문에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처럼 대답했지만, 사실 그 답변은 퇴사와 관련된 곤란한 질문들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놓은 그럴듯한 '핑계'에 지나지 않았었다. 이제와 고백하건대 단 1%도 진심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공무원을 그만둘 때 사실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물론 대학원을 가서 못 다 이룬 전공 공부의 꿈을 이룬다던가, 교육대학원을 가서 국어과 임용을 준비한다던가, 고시원에 들어가 노무사나 세무사 같은 전문직을 준비한다던가 하는 어렴풋한 '꿈' 같은 것들은 몇 가지가 있었지만, 계획이라고 할 만큼 구체화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공무원으로 사는 게 힘이 들어서 공무원을 그만둔다는 것인데 그것 이외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했을까.


 지금에 와 돌이켜보면, 에둘러 주변 사람들에게 대학원에 가려고 공무원을 그만둔다는 뻔한 거짓말조차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꼭 '퇴사'를 떠올릴 때면 퇴사 그 자체보다는 '퇴사 이후의 삶'에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퇴사 후에 이어질 현실적인 몇몇 가지 문제들, 예를 들면 경제적인 문제, 주변 사람들의 시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나약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패배감 등을 겪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성공을 위해서라면 가끔은 잠시동안의 공허함 혹은 작은 열패감정도는 반드시 견뎌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놨을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이 곧 삶의 이치일테니까 말이다.


 퇴사했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반드시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더 큰 성공을 거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퇴사 그 자체가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주기만 하면 된다. 성공하고 실패하고는 그 다음의 문제다.


 어영부영 남의 시선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갇혀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현재의 빛나는 젊음을 허투루 보내지 마라.


 그러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젊음이 너무나도 짧고, 또 너무나도 아깝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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