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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ug 05. 2023

공무원에게 지역 축제란

공무원의 주말도 남들만큼 소중해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는 '주민 친화', '지역 발전', '지역 홍보' 등을 이유로 지역의 특색을 살린 지역 축제를 매년 개최한다.


 보령의 머드 축제, 횡성의 한우 축제, 괴산의 고추 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지방 도시일수록 지역 축제를 통해 침체된 지역 경제를 고취 시키고, 지역 주민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렇듯 지역 축제는 지역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나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무원들 입장에서 문제는 이 지역 축제가 지역 별로 연간 한두 건씩만 열리는 게 아니라는 것에 있다.


 지역 축제에는 구청, 시청 전체에서 개최하는 축제가 몇 개 있고, 또 동사무소 별로 개최하는 축제가 여러 개 있다.


 여기에 각 과별로 진행하는 축제까지 포함하면 1년에 열리는 지역 축제 혹은 지역 행사는 연간 수십 건에 달한다.


 또 지역 축제나 행사는 거의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 주로 열리기 때문에 행사에 동원 되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그 개최 빈도가 더욱더 잦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보통 지자체 전체 단위의 지역 축제가 개최될 때면 과별로 3,4명씩 할당이 되는데, 축제나 행사가 많은 봄, 가을이면 이 순번도 금방금방 돌아와, 행사가 많을 때면 "어 벌써 또 내 차례야?"라는 생각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지게 된다.


 실제로 동원 되는 빈도에 비해 공무원들이 훨씬 더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다.


 나 역시도 동사무소 근무 시절, 해당 지역의 동 행사에 불려 나간 적이 몇 번 있었다.


 당시 동사무소의 모든 직원들이 해당 행사의 진행을 위해 꼭두 새벽부터 출근을 했었는데, 행사 부스 설치부터 해서 각종 물품 나르기, 행사 안내, 행사 후 뒷정리까지 모든 작업을 공무원들이 목장갑을 끼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도맡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역 주민들과의 뒤풀이 회식까지 참여하고 나니, 집에 온 시간은 밤 11시였다.


 물론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가끔씩 해당 지역의 특색을 살린 행사나 축제를 개최하고 진행하는 것은 지역 사회를 위해 공무원들이 해야할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라는 생각은 든다.


 실제로 지역 축제에 참여해 즐거운 모습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공무원 생활 중에 흔히 느끼기 힘든 '공무원으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될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예산이 내려와서, 실적이 필요해서, 몇몇 사람들이 원해서 치러지는 지역 행사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공무원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해야해서 하는' 지역 축제는 이제 좀 지양했으면 좋겠다.


 일반행정직 시절을 떠올려 보면, 꼭두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루 종일 고작 5만원 남짓한 초과근무수당만 받으면서 아무 의미도, 이유도, 보람도 없는 행사에 참여하고 올 때면, 정말 '이러려고 내가 공무원이 되었나...'라는 공무원으로서의 자괴감이 나도 모르게 강하게 밀려올 때가 너무나도 많았다.


 아무 보람도 없는 일에 동원 되어 거의 무보수에 가까운 대가를 받아가며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은 비단 공무원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공무원들에게도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보내야 하는 퇴근 후의 시간과 주말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앞으로는 꼭 필요하고 잘 기획된 행사나 축제가 아니라면 예산 절감을 위해서라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공무원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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