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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ug 09. 2023

요즘 공무원은 화장실 청소도 해야 되나 봐

새만금 잼버리 행사 파행과 관련하여

 요 며칠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의 졸속 진행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행사가 왜 그렇게 엉망진창 되었는지는 차후 보도 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자체에서 야심차게 유치한 전세계적인 행사가 이렇게 철저하게 실패한 채로 끝나 가는 것을 보니 국민으로서, 또 공무원으로서 참으로 마음이 좋지 않다.


 비록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린 행사이지만, 전세계에서 온 참가자분들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를 위해 동원된 공무원, 경찰, 소방, 군인, 의사, 자원봉사자 등등 많은 분들이 덥고 습한 이 한여름의 날씨 속에서 별탈 없이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잼버리 행사 진행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가 현직 공무원으로서 참으로 어이 없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잼버리 조직위원회에서 기존 인력들로 행사 진행이 안되니, 전라북도 14개 시군에 인력 지원을 요청해 화장실 청소를 하도록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그 화장실조차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일반 화장실이 아닌 6,70년대에나 사용하던 푸세식 화장실이었다고 하니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찰 노릇이다.


 이젠 하다하다 공무원들한테 변이 그대로 묻어 있는 푸세식 화장실 청소까지 시키는구나.


 하도 어이가 없어서 화조차도 나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가장 자존감이 떨어질 때는, 적은 월급을 받을 때도 아니고, 악성 민원을 상대할 때도 아니고, 이번 잼버리 사태처럼 뭔가 싼값에 인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을 때 아무런 고민없이 우리 공무원들을 데려다가 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인 것 같다.


 이미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에 대처하며 그걸 겪었고, 매년 폭우와 폭설에 대처하면서, 매년 선거와 지역 행사에 동원되면서 그 존중 받지 못하는 듯한 기분을 오랫동안 느껴왔다.


 하긴 하루 일당이 10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하루 최대 5만 원 남짓한 돈으로 말도 잘 듣고, 도망도 안 가고, 이것저것 다 시켜도 아무 문제 없는, 그런 값싸고 질좋은 인력들을 우리나라 어디에서 또 구할 수가 있을까.


 고용주인 국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귀찮은 상황이 생길 시 외부 인력을 고용하는 것보다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것이 훨씬 더 '간편하고' '합리적인'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물론 공무원들의 인격과 자존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결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말이다.


 언론에서는 MZ 공무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진다고 연일 뉴스를 쏟아 내고, 정부도 젊은 공무원들의 퇴사를 막기 위해 '매력적인 공직' 사회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번 잼버리 사태를 보면 여전히 우리나라는 공무원들을 존중 받아야할 존재들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대놓고 말을 안할 뿐, 우리의 고용주인 국가부터 대놓고 우리에게 '누칼협'을 시전하는 상태에서, 우리 공무원들은 과연 무엇에 가치를 두고 공직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 더운 날씨에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남의 행사를 도와주고 있을 전라북도의 공무원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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