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우리나라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처음 시작이었던 신림동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서현역 칼부림 사건까지.
각 사건에 따른 피해자는 신림동 4명, 서현역 14명 총 18명이고, 그 중 2명은 너무나 안타깝게도 끝내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몇몇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마치 '놀이'처럼 생각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칼부림 예고'를 하며 이 사회적 혼란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번화가를 중심으로 날짜와 목표 살해 인원까지 정확히 기재된 칼부림 예고 목록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된다. 나름 선진국이라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문제들, 가령 교권 추락 문제, 악성 민원 문제, 진상 손님 문제, 전세 사기 문제, 아파트 공사 철근 누락 문제 등등이 일어나는 것에는 이 모든 사건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된 원인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잘못된 걸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강력한 처벌'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마치 장난치듯이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에 살인 예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다면, 과연 누가 이 비극적인 상황을 이용해서 장난을 칠 수 있었을까?
여기저기 장난스레 올린 살인 예고에 하나하나 대응하여 경찰력과 행정력을 낭비할 시간에, 유사한 형태의 글을 올린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내려졌더라면, 이러한 사회적 혼란은 발생조차 하지 않지 않았을까?
우리는 국민들의 합의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통하는 '상식'에 따라 살아간다.
요즘 따라 그 '상식'이라는 것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멀쩡하게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혹여나 누명을 쓸까 걱정되어 최대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살아가고, 반대로 사회에 해악이 되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관공서에서, 회사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고개를 빳빳히 쳐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일삼으며 살아간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살아라'라는 말 대신에 '엮이지 말고 살아라'라는 말을 해줘야 하는 사회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무분별한 국가의 처벌은 지양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지만, 요즘 같은 상황 속에서는 정말 냉철한 판결에 의한 엄중한 처벌이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언제까지 비정상적인 미꾸라지 몇 마리들 때문에 정상적이고 성실히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견뎌가며 살아야하는 것일까.
솔직한 말로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하다.
사진 출처: 영화 <친구>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인 준석(유오성)이 함께 가출하자고 찾아온 친구 상택(서태화)에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읊조린 대사가 떠오른다.
"내가 우리집이 제일 X같다고 생각할 때가 언젠지 아나? 어릴 때 우리집에 삼촌들이 많아서 참 좋았거든? 우리 엄마입원하고, 내가 중학교 때 한 번 가출하고 돌아가 보니까 내가 삼촌이라고 부르던 섀키들 중에 한 놈이라도 내를 뭐라 하는 섀키들이 없는 기라. X팔... 그때 한 놈이라도 내를 패주기라도 했으면 혹시 내가 그때 정신을 차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아..."
어쩌면 우리 사회엔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준석에겐 없던 '삼촌' 같은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 것은 아닐까.
정도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분명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