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내려야 아이를 낳지
이러다 진짜 다 죽어
요즘 여기저기 이사갈 곳을 알아보다보니 알아 보면 볼수록 마음 한 켠이 답답해져 오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도권 집값은 너무 과하게 비싸다.
5년을 넘게 일해도 200만 원이 겨우 넘는 공무원 월급에 와이프와 둘이 아무리 아끼고 아끼며 돈을 모아도, 역세권 신축 아파트는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이다.
비역세권에 있는 구축 아파트조차도 몇 억대의 빚을 잔뜩져야 겨우 감당이 될까 말까 하는 정도다.
최근엔 금리까지 높아져 1억 원만 빌려도 한 달 이자가 50만 원을 왔다갔다 한다. 금리는 여전히 높기만 한데 아파트 가격은 왜 계속해서 고공행진하기만 하는 것일까. 일천한 나의 경제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현상이다.
부동산 구매 계획을 세우다보니 자연스레 미래에 예정된 지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태생적으로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고, 비싼 옷을 좋아하지도 않고, 최신형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에도 관심이 없어, 식비를 제외한 나 스스로에게 들어가는 지출은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자녀를 낳는 순간 이 모든 계획이 우르르 무너진다는 데에 있다.
단순 기저귀 값부터 시작해서 병원비, 학원비까지. 이 월급으로 매달 꼬박꼬박 대출 이자 갚아 가면서 먹이고, 입히고, 키울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혹여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육아휴직이라도 하게 된다면? 앞으론 라면 하나 끓여 먹을 때조차 벌벌 떨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 주변 결혼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이를 언제 가질 것이냐는 대화를 하기 전에, 아이를 낳을 것인지 안 낳을 것인지, 자녀 계획 여부부터 물어보게 된다.
그럼 놀랍게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친구들이 "우리는 협의해서 딩크족으로 가려고 생각 중이야."라는 대답을 한다.
물론 넉넉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판단에 의해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의 경제적 능력으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출산을 포기하고, 더 나아가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다.
'비자발적 딩크족'이라고나 할까. 참으로 서글픈 네이밍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때문에, MZ 세대의 이기주의 때문에, 허영심 가득한 SNS의 문화의 폐단 때문에, 저출산의 모든 책임을 청년 세대로 옴팡 떠넘기기엔 조금은 잔인하고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청년 세대가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나라라면, 그 나라엔 더이상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없는 살림에 발버둥 치는 청년들을 향해 '탐욕에 가득 찬 2030 영끌족들!'이라고 조롱만 할 것이 아니라, 도박에 가까운 영끌을 하지 않더라도 예전처럼 차근차근 정도를 향해 걸으면 어느 정도의 성취는 거둘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경 출처: 호갱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