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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Sep 24. 2023

공무원도 돈이 있어야 행복해

받아들이기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

 요 몇 주동안 이사 문제로 인해 블로그에 글을 전혀 올리지 못했었다.


 길고도 고된 과정 끝에 이제야 이사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이 되어 아주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써본다.


 1년 반을 해오다가 고작 몇 주 쉬었을 뿐인데, 노트북을 켜고, 네이버에 로그인을 하고, 주제를 고르고, 제목을 정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처음 글을 쓰는 것마냥 하나같이 서툴고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역시 잠시라도 꾸준하지 않으면 삶의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버리는 것 같다.


 처음 집을 알아보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우리가 생활하는 근거지를 중심으로 가장 좋은 입지의, 가장 좋은 브랜드의, 가장 오래 되지 않은 집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와이프와 나의 출퇴근이 적당히 가능하면서도, 서울에 있고, 주요 일자리로의 출퇴근이 편리하고, 동시에 쾌적한 생활도 가능한, 그런 아파트.


 그러나 새로운 집을 얻는다는 즐거움도 잠시, 조사를 거듭해 나갈수록 처음에 꿈꿨던 우리의 희망은 바람 빠진 풍선마냥, 조금씩 쪼그라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서울에 있고, 지하철역이 근처에 있고, 지은지 얼마 안된 대단지 아파트들의 가격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가 생각했던 가격대를 아득히 뛰어 넘고 있었 때문이다.


 매매가든 전세가든 상관 없이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선택지를 지워가다 보니,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과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은, 다만 더 오래 되고 대신 교통이 조금은 더 편리한, 그런 지역들뿐이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그나마 그런 지역들이 우리 주변에 몇몇 군데라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점점 더 어른이 되어 가면서 이런 삶의 과정들을 하나씩 겪어 나갈수록,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지금의 모습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가 꿈꾸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에게는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 돈으로 좋은 물건을 사고, 즐기고, 누릴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 '돈'이 있어야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현실의 장애물들을 깨부수면서, 우리의 행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일반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공무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최고라는 공무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월 200만 원짜리 삶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다.


 아무튼 이번 부동산 여행(?)를 통해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은행 대출 받는 법도 아니고, 좋은 집 찾는 법도 아니고, 집주인과의 가격 흥정에서 한 푼이라도 더 깎는 것도 아니고, 바로 이 당연한 사실 하나뿐이었다.


 앞으로 이사간 집에서는 또 어떤 삶이 펼쳐질까.


 늘 좋은 일만 나를 찾아올 순 없겠지만, 내게 다가오는 그 모든 일들이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를 두손 모아 기도해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국가부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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