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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ug 24. 2023

공무원 월급, 이 정도일 줄이야

1,2년차 공무원들이 공직을 탈출하는 이유

 작년에 결혼을 하고 이것저것 돈쓸 일이 많아지다보니 문득 공무원 월급이 이렇게까지 적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 공무원이 됐던 2018년에도 내 월급은 굉장히 적었었다. 처음 동사무소에 발령이 났을 때 이것저것 다 끌어 모아야 겨우 평달에 180만 원 언저리의 금액만이 들어왔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그때는 내가 받고 있는 월급이 딱히 적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었다.


 나 스스로가 원체 돈을 안쓰는 스타일이기도 했었지만, 여자친구와 만나 데이트 하는 것을 제외하면 굳이 나가야할 고정 지출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경제적 관념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한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통장에 매달 100만 원이 넘는 돈이 쌓였고, 다른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얼마의 돈을 버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히 잘 모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그저 순진하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살림을 꾸리고,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 지금 내가 받는 월급이 남들에 비해 얼마나 터무니 없이 작은 월급인지를 이제 와서야 새삼 깨닫게 된다.


 일반적인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두 배, 상위권 대기업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 가까이 월급이 차이난다.


 나와 와이프가 한 달 내내 고생해서 벌어야 대기업 다니는 친구 하나가 버는 만큼의 돈을 는 것이다.


 만약 그 친구가 마찬가지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만나서 결혼을 한다면, 그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의 자산 차이는  배 이상으로 벌어진다.


 하물며 앞으로 이어질 종잣돈 차이로 인한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에서 벌어질 격차까지 생각하면 그 친구들과의 격차는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폭으로 벌어지기만 할 것인가.


 왜 취업 준비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연봉을 먼저 따지고, 그 다음에 업무 환경을 따지고 했는지를 삼십대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워라밸 하나만 바라보고 적은 월급은 생각도 하지 않고 공무원이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나마 장점이라고 여겨졌던 워라밸마저 사기업 친구들이 훨씬 더 보장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마리 토끼는커녕 한 마리 토끼만 쫓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 보니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쳐버린 꼴이 되었다.


 최근 기사를 보니, 민간 대비 공무원들의 급여 수준이 내가 처음 발령을 받았던 2018년에 95%였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82% 선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심지어 특별한 수당이 없는 행정직 공무원의 경우 민간 대비 급여 수준은 78%에 불과하다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기준 78%도 아니고, 모든 민간 기업을 다 합친 금액 대비 78%라니. 정말 너무나도 참담할 따름이다.


 상후하박의 급여 체계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남들과 비슷한 강도의 업무 처리를 하면서 거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는듯한 느낌까지 든다.


 왜 그땐 알지 못했을까. 참 서럽고 참 후회되기만 할 뿐이다.


 다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탄만 하고 있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도, 공무원을 그만두고 또다른 직렬의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 먹었던 것도, 모두 나 스스로의 판단이었고 나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이제는 20대 때의 잘못된 선택을 30대 때의 현명한 선택으로 만회할 때이다.


 더 늦기 전에, 뭔가 잘못된 쪽으로 흘러가는 듯한 내 인생을 '공무원이 아닌 나'로서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하루 빨리 올바른 궤도로 바로 잡아 놓고 싶다.​​


 * 배경 출처: 영화 <아이캔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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