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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Sep 25. 2023

직장인에게 희망이 필수인 이유

가능성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진다

 요 한 달간, 내 머릿 속엔 온통 '부동산'과 관련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파트, 오피스텔, 월세, 전세, 매매, 24평, 32평, 59, 84, 지하철역, 방3화2, 방2화1, 누수, 결로, 도배, 장판, 확장, 샤시, 복비, 대출, 등기부등본, 근저당, 채권최고액 등등...


 길을 걸어도, 유튜브를 봐도, 운전을 해도 눈과 귀에 들어오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죄다 부동산과 관련된 것처럼만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한 달여간의 지독한 집중을 끝내고 이젠 옮겨갈 곳과, 옮겨갈 때가 모두 결정됐다.


 이젠 약 한 달쯤 뒤면 나와 내 아내는 지금의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겨갈 것이다.


 정들었던 집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집에 대한 기대감으로 순간순간 여러가지 감정이 스친다.


 그런데 참 재밌게도 일련의 과정 끝에 이사 날이 확정되자, 바로 그 다음 날부터 내 삶엔 즉각적인 변화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아래아래 집에는 현재, 자주는 아니지만 저녁 때가 되면 한 시간에 한 번씩 뒷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하나가 살고 있다.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진 않지만, 베란다 문을 열어 놓고 있으면 담배 냄새가 바람을 타고 들어와 거실에 앉아 있는 나와 아내의 코에 바로 날아와 꽂힌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순간적이나마 기분이 팍- 상해버린다.


 그나마 컨디션이 좋고 여유가 있을 때는 조용히 창문을 닫고 담배 냄새가 가실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지만, 피곤에 쩌들어 있을 때는 정말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래아래 집 남자에게 변기물이라도 확 끼얹어 버리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많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삿날이 확정되니, 이젠 담배 냄새가 베란다 창문을 타고 우리집 안으로 넘어와도 별다른 짜증이 나질 않는다.


 그냥 '아~ 담배 피우시나 보구나.' 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장 아래아래집으로 달려가서 다 뒤집어 놓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나부터도 이런 변화가 놀라울 따름이다.


 담배뿐만 아니라 1시간 20분이 넘게 걸리는 고된 출퇴근 시간도,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어 퇴근 후에 와이프와 순서를 정해 씻어야 하는 불편함도, 이제는 별로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불편함들이 '영원히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삿날을 정한 그 순간, 머릿 속에 완전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면 이러한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생활'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아무리 힘들고 고된 일이라도, 발령이 2,3개월 남은 시점에 다다르게 되면 별다른 화나 짜증이 나지 않고 그냥 평온하게 일처리를 하게 된다.


 또 개차반인 상사나 동료가 무리한 요구를 해와도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이, 묵묵히 웃으며 처리하게 된다.


 왜냐? 어차피 두세 달 있으면 안 볼 사람들, 안할 일들이라고 자연스레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직장생활을 평온하게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그 직장을 빠져나갈 구멍을 반드시 만들어 놓아야 한다.


 60살이 될 때까지 이 직장에 무조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절망이 내가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 내 의지로 직장을 그만둘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의 직장생활은 이전과의 직장생활과는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번 주무관이, 글쓰기 강연으로 꾸준한 부수입을 벌어들이는 주무관이, 오로지 회사밖에 없는 평범한 주무관들보다 더 즐겁고 오래, 공직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닐지언정, 직장인에게 '희망'의 존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 희망찬 미래를 위해 오늘부터 쓰잘데기 없는 걱정과 갈등은 벗어던지고 퇴근 후의 나를 단련하는데 시간을 쏟는 것은 어떨까.


 지독한 담배 냄새를 뿜어대는 이웃이 미치도록 싫으면, 대화조차 되지 않는 그 사람과 악다구니를 쓰며 싸울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게 훨씬 현명한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머지 않아 회사가 전부가 아니게 될, 나와 여러분의 삶을 응원한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디즈니플러스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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