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Oct 14. 2023

공무원 정원 축소, 좋기만 한 걸까

이 조직에도 일할 사람은 필요해

 이틀 전, 국가직 공무원의 정원을 내년까지 5,000명 줄인다는 소식에 전 공시생 커뮤니티가 떠들썩 했었다.


 직전 몇 년동안 이어졌던 대규모 '벌크 채용'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년 수준 정도의 채용 인원을 기대했을 공시생들에게는 아마도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공무원 시험이야말로 절대적인 실력보다는 해당 시험의 채용인원과 경쟁률이 합불 여부를 결정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공무원에 대한 이번 정부의 기조는 아주 명확한 것 같다.


 과도하게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 구성에 칼을 대고, 더 나아가서는 이미 진작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공무원 연금에까지 재차 칼을 대고 싶어 한다.


 대선 공약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이고, 차근차근 그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국민들의 반응 역시 좋다. 매년 정원 1% 감축 관련 소식이 발표 됐을 때에도, 이번 국가직 정원 5,000명 감축 소식이 발표 됐을 때에도, 국민들의 대부분은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 구성의 극히 일부인 몇몇 공무원들과 공시생들을 제외하고는 정부나, 국민이나 모두 만족하는 정책이니, 아마도 한동안은 '공직 사회 몸집 줄이기 기조'가 별다른 이슈가 생기지 않는 한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한 명의 공무원으로서,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과연 공무원 정원을 줄이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국가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만 하는 것일까.


 더 나아가서 많은 사람들이 현재 생각하는 것처럼 공무원들은 국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골칫덩이인 존재들이기만 한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난 몇 년간 공무원 증원이 워낙에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재 정부의 정원 감축 기조 자체는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실제로 현직 공무원들 입장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공무원 채용으로 인해 현재 매년 1~2%대의 지극히 낮은 임금 인상률을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이든, 공무원이든 국가가 관리하는 임금 체계의 경우, 총량이 정해져 있어 구성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다 보면 구성원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급여의 액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곧 무분별한 공무원 증원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기존 공무원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썩 반길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현재처럼 공공에서 운영하는 사업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공무원 인원을 줄이기만 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그 인원 감축의 방법이 조직 내 구조조정이 아니라, 퇴직자 대비 신규 채용의 감소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대하고 복잡한 국가 및 지자체의 사업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일은 하지 않고, 저연차 직원들에 쓸데없는 행패나 부리며 조직 문화를 저해하고, 거기에 차곡차곡 쌓인 경력으로 신규 공무원들의 두 배, 세 배 되는 고임금을 당당하게 받아가는 조직 내 꽤 많은 '천덕꾸러기 고연차 공무원들'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공무원 총 인원을 감축 시키기만 한다면, 가뜩이나 현재도 인원 수 대비 '실제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 공무원 조직 안에서, 앞으로 실질적으로 업무를 추진해나가고 처리해나갈 사람들은 더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 들어 가기만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피해는 1차적으로는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의 '양심적 공무원들'에게 미치고, 2차적으로는 그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각종 공공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약간의 비용을 줄이는 대신, 공무원 조직의 구성과 공공 서비스의 질은 점점 더 황폐해지기만 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이야기해온 바지만, 공무원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고 더 나아가 현재 국민들 대다수가 생각하는 공무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게 만든 것은, 100만이 넘는 공무원 조직의 절대 숫자도 아니고,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공무원 인건비의 비율 때문도 아니고, 돈은 돈대로 받으면서 국가에 도움 되는 역할은 전혀 해내지 못하는 '비양심적이고 무능한 몇몇 공무원들'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단순한 인원 감축이 아닌, 세밀하고 합리적인 방식의 '조직 다이어트'가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우리에겐 100명의 일 안 하는 공무원보다 비록 단 한 명이라도 열심히 일 하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와 우리 공무원 조직의 구성원 모두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아이캔스피크>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에게 희망이 필수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