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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Oct 17. 2023

공무원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것에는 사이클이 있다

 2016년 공시생 시절, 수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재미로 했던 인형뽑기에 완전히 중독된 적이 있었다.


 하루 천 원, 이천 원으로 시작한 인형뽑기 비용이 심할 때는 하루 몇만 원에까지 이르렀고, 날이 갈수록 내 작은 자취방에는 상품 태그가 달린 인형들이 산처럼 쌓여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이 더 난잡해지기 전에 중고 거래로라도 저 인형들을 다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어지럽게 쌓여 있는 인형들을 보고 있으니, 개당 이천 원씩만 받고 팔아도 아쉬울 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나는 도서관에서 돌아오자마자 먼저 중고거래 사이트에 들어가 일반적으로 거래 되는 인형뽑기 인형들의 시세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웬만한 인형들은 죄다 개당 7천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고, 희귀하고 눈에 띄는 몇몇 인형들은 3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인형을 판다는 글이 올라오기만 해도 댓글이 주르륵 달리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판매완료로 게시글 상태가 바뀌어 버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새 것도 아닌 인형뽑기용 중고 인형을, 대체 왜 그렇게도 비싼 값에,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당시 인형뽑기 전문점은 마치 지금의 탕후루 전문점마냥 전국민적인 인기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매장 수가 늘어가던 중이었다.


 급작스럽게 확 늘어난 인형에 대한 수요를 기존의 인형 공장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중고 인형들의 가격까지 급속도로 덩달아 치솟은 것이다.


 시세를 확인한 직후, 나는 곧바로 집에 있는 인형들을 죄다 끌어내어 사진을 찍고 비닐포장을 해 중고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곧이어 하루가 채 가기 전에 한 인형뽑기 업자에게서 연락이 왔고, 나는 그동안 뽑았던 인형들을 개당 7천 원에 죄다 팔아버렸다.


 처치 곤란이었던 인형들을 처리한 것도 모자라 수십만 원의 돈까지 벌게 되다니, 상쾌함과 뿌듯함에 정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사진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그때로부터 7년이 지난 2023년 10월 현재. 놀랍게도 중고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중고 인형의 가격은 개당 천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번화가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인형뽑기 전문점들 또한 역시, 이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쉽사리 찾을 수가 없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인형뽑기 시장(?)'에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참 우스운 비유지만, 7년새 7분의 1 토막이 난 인형들의 가격을 보고 있으니, 문득 요즘 우리 공무원들의 처지가 저 인형들과도 같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인형뽑기가 한창 성행하던 2016년만 해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인기는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만 있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집이 잘 살든 못 살든, 지방이든 서울이든, 나이가 적든 많든,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 뛰어 들던 시기였다.


 경쟁률이 100대 1을 우습게 넘나 들었고, 시험 합격을 위해 노량진 학원가에는 동이 트기도 전부터 수많은 공시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량진 학원가엔 젊은이들의 웃음 소리도,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컵밥집 사장님의 한숨 소리와 1호선 기차의 경적 소리만 귓가에 들려올 뿐이다.


 지난 7년간 세상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저임금은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서울의 부동산 값은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사기업 근무자들의 워라밸이 급속도로 개선 되었고,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유동성 폭탄으로 인해 우리들이 따박따박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의 가치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다만 우리 공무원들만 그대로였을 뿐이다.


 200만 원도 되지 않는 신규 공무원들의 월급도 그대로고, 삶의 분노를 애먼 데다가 쏟아내는 민원인들의 악다구니도 여전히 그대로다.


 어쩌면 공무원이라는 보호막에 둘러 싸여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던 지난 날의 '게을렀던 죄'를 이제서야 이런 형태로 치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천 원에 팔리는 저 인형들이 다시 예전처럼 7천 원에 불티나게 팔릴 수 있을까.


 편의점 알바보다도 못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공무원이란 직업이 경쟁률 100대 1이 넘어가던 예전처럼 다시 '충분히 좋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버티고 볼 일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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