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승진과 월급의 상관관계
연말정산 하면서 알게 된 아내와 나의 격차
요즘은 매년 돌아오는 연말정산 시즌이다.
공무원들 같은 경우는 각 부서에 한 명씩 있는 서무에게 연말정산 관련 안내를 받고, 그에 따라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를 다운 받아 서무에게 제출한다. 간소화 서비스에 잡히지 않는 추가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납부 영수증 같은 별도의 자료를 가져와 따로 서무에게 제출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올해 소비가 좀 많았는지 기존에 납부한 세금의 일부를 돌려 받는다. 조삼모사인 걸 알면서도, 기분상 덜 낸 걸 토해내는 것보다는 더 낸 걸 돌려 받는 게 훨씬 더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연말정산에 대해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바로 와이프의 세전 연간 총 소득액이 나의 그것과 비교하여 무려 '500만 원'이나 더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 나와 와이프는 2017년 같은 시험에 합격해 발령일도 똑같은 진정한 의미의 동기였다. 다만 나는 군대 2년을 다녀온 것이 호봉에 반영되어 9급 3호봉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와이프는 9급 1호봉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아주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서로 월급을 확인해 보면 늘 내가 와이프에 비해 10~20만 원정도 월급이 더 많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내가 일반행정직 공무원으로서의 삶에서 중도 하차하고 다른 일을 찾아 방황하는 사이, 와이프는 위태로운 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욱- 공백기 없이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나와 와이프 사이에는 '1년 3개월'이라는 근무 경력 차이가 벌어지게 되었다.
그 사이 나는 다시 시험을 봐 다른 조직에 다시 9급 신규로 입직해 겨우 다시 '8급 공무원'이 되었고, 와이프는 다시 한번 승진에 성공해 '7급 공무원'이 되었다. 그 몇 년 동안의 공백에 의해 와이프의 급여와 내 급여 사이에 '극적인 역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것도 몇 백만 원씩이나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 연말정산을 통해 공무원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잘생기고 멋진 외모도 아니고, 엄청난 수준의 업무능력도 아니고, 태평양 같이 넓은 인간관계도 아니고, 그저 힘들어도 '묵묵히, 꾸준히, 담담히 버티는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초근수당, 연가보상비, 정근수당, 명절상여금, 성과상여금 등등 모든 것이 기본급에 따라 비례해서 올라가는 공무원 보수의 특성상 승진과 호봉에 의해 결정되는 '기본급'의 파워는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다.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그까짓게 뭐가 중요해~" 라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막상 돈이 필요한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보니 그저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던 선배들의 말이 얼마나 참된 조언이었는지를 문득 깨닫게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탈출'을 감행한 나와는 다르게 와이프는 꿋꿋이 버티는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 와이프에게는 꾸준히 쌓인 호봉과, 그에 따라 눈에 띄게 늘어난 연봉, 7급이라는 조직 내 입지까지, 고통을 묵묵히 견딘 것에 대한 꽤나 많은 보상이 주어졌다.
물론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경험한 나의 지난 과거 역시 나에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보상을 가져다 주었지만, 만약 나 역시도 와이프처럼 조금만 더 버텨내며 그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지나쳐 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조직 내에서도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지난간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세상의 모든 선택엔 그에 따른 장점과 단점이 필연적으로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지난 한 해동안 열심히 달려온 결과물을 연봉이라는 숫자로 보고 있으니 조금은 뿌듯하기도 하고, 또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는 생각에 싱숭생숭한 마음이 쉬이 가라 앉지 않는다.
비록 큰 액수는 아닐지언정 이웃님들께서도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정산 환급금, 최대한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출처: 영화 <아이캔스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