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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r 31. 2024

공무원이 힘든 건 적은 봉급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

 눈코뜰새 없이 바쁜 3월을 지내다보니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공무원 업무 집중 여건 조성방안' 기사를 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기사가 나오자마자 부리나케 이에 대한 생각을 글로 써서 이곳에 올렸을텐데, 이제서야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요즘 정말 과중한 업무에 치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내놓은 주요 개선안을 보면 다음과 같다.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 2,000명 직급 상향, 6급으로의 근속 승진 대상 규모 50%로 확대 및 심사횟수 제한 폐지, 공무원 육아시간 사용 확대, 긴급 초과 근무 실질적 보상, 승진소요 최저연수 단축, 저연차 공무원 연가 확대, 민원 업무 공무원 우대, 공무원 급량비 인상 등등...


 모든 개선안을 다 적어넣기에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다양한 방향의 근무 환경 개선안이 행정안전부를 통해 제시 되었다.


 정책의 실효성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래도 정부가 공직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나름대로 고심하고는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행 중 다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적어도 이제는 공무원이라는 조직이 '꿀빠는 조직, 철밥통 조직, 일 없이 빈둥대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다만 기사에 제시된 개선안을 하나하나 읽어 가는 동안 안타깝게도 나는 단 한 차례도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정지된 자세에서 기사를 읽어가다가 몇몇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을 뿐이다.


 당연한 이야기이고, 이젠 놀랍지도 않은 이야기지만, 정부의 이번 '공직 생활 개선안' 역시 공무원 조직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커다란 종기가 내 몸 속에서 점점 자라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종기를 째서 고름을 짜낼 생각은 안하고 계속해서 수십년 째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다만 덕지덕지 연고만 바르고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이곳을 통해 이미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공무원 조직이 지금처럼 휘청휘청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안하무인인 사람들, 수준 미달인 사람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안되는 사람들, 지독하게 이기적인 사람들'을 공무원 조직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데에 있다.


 방금 나열한 종류의 사람들은 공무원 조직의 안팎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정상적인 공무원들에게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의 치명적인 데미지를 지속적으로 가져다 준다.


 공무원 조직의 밖에서는 소위 '악성 민원인'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고, 공무원 조직 안에서는 소위 '안 잘리는 폐급 공무원'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두 집단의 끝을 모르는 징징거림과 뻔뻔한 요구들을 지금처럼 한없이 들어주는 한, 공무원 조직은 그 어떤 개선안을 고안해낸다고 하더라도 절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물가 상승률과 연동한 공무원 보수의 정상화, 실질적인 복지 혜택의 개선 등은 그 이후에 논의해야할 문제들이다.


 도를 넘는 악성 민원인은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어야한다. 또한 조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정도의 폐급 공무원들은 조직의 장이 책임지고 잘라버릴 수 있어야 한다.


 '갑질 안하는 공무원, 청렴한 공무원, 친절한 공무원' 등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기에는 이미 공무원 조직의 붕괴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정부가 공무원 조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비록 미약할지언정 이에 대한 개선안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인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꽤나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다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무원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모든 조직에 '악성 민원인''일 안하는 폐급 공무원'들만 남아 있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정말 현실적이고, 건설적이고, 실효성 있는 그런 개선안을 정부가 하루 빨리 내놓아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수준의 대책으로는 무너져가는 공무원 조직의 붕괴를 결코 막을 수 없다.


 이미 답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용기내어 입밖으로 그 답을 내놓을 차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JTBC 드라마 <검사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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