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에게 고마운 이유
매달 반복되는 하급 공무원들의 극단적 선택
약 한 달 전쯤,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김포시 공무원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한 명의 김포시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라는 뉴스가 보도 되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이번에 자살한 공무원 A씨는 '일을 못 마치고 먼저 가 죄송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동료 직원에게 보낸 후 연락이 두절 되었고, 얼마 후 주차된 차량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 되었다고 한다.
아직 명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는 상황이지만, 한 달 전 악성 민원인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김포시 공무원분의 소식이 들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같은 기관의 또다른 직원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고도 안타까울 뿐이다.
공무원분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반복적으로 기사화 되는 걸 보고 있으면, 한편으론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공무원 몇몇이 자살하면, 그때 하루이틀 정도는 대중들이 하급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나 처우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가도, 또 며칠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공무원과 관련 없는 사람들은 그 사건을 까맣게 잊고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또다른 기관에서 공무원이 자살했다는 기사가 나오면 역시 마찬가지로 잠깐 여론이 끓어 올랐다가 또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이 가라앉는 것을 반복한다.
물론 이 과정 속에서 연가 사용 장려, 소송 시 법률 지원, 승진 소요 연한 단축 등 자잘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기 마련이지만, 이 문제의 가장 근본 원인인 악성 민원인과 공무원과의 '갑을 관계 해소', 특정 공무원에게만 업무를 몰아주는 공직 특유의 '업무 몰빵 문화' 등에 대한 개선은 전혀 일어나지 않은 채, 그저 일시적인 이슈로 한 사람의 죽음이 소비 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공직 사회는 삐걱거리면서 몇몇 피해자들의 희생을 통해 꾸역꾸역 굴러 간다.
간단하게 말하면 어떤 한 집단의 사람들이 거의 동일한 이유로 인해 몇 달 간격으로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놀라울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고, 마치 '당연한 일'처럼 치부되어 반복적인 소식으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 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경제활동인구 중 '행정직 공무원'이 차지하는 인구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공직 사회의 문제가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이슈화 되지 않는 이유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모두가 모여 단체 행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누군가는 굉장히 편안한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국가직·지방직 등 소속 기관에 따라 하는 일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견을 모아 일관된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작은 이슈라도 언론이 그 이슈를 반복해서 대중에게 전달하고, 대중들이 그 이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그 이슈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의제'가 되고, 그 의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결국 정부 차원의 강력한 개선책이 도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의 여러 문제들은 무려 매달 주기적으로 해당 조직의 구성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이야기한 공무원 조직만의 몇몇 핸디캡들로 인해 사회 전체 구성원들이 다함께 논의하는 핵심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답답한 상황 속에서 충주시 유튜브 채널과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무원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짧게나마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는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같은 공무원으로서 정말이지 크나큰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언론의 이슈를 끌만한 집단 행동이 불가한 공무원 조직 안에서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님과 같은 '셀럽' 한 사람의 진솔된 이야기는 복사·붙여넣기한 것만 같은 수십, 수백 개의 언론 보도들보다도 우리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선태 주무관님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조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라 약간이나마 공무원 조직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요즘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젊은 공무원들의 극단적 선택 역시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재기발랄한 김선태 주무관님의 개인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조직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여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별일 아닌 것처럼 쉬쉬하고 넘어가기엔 공무원 조직의 구성원들이 버티고 있는 고통의 크기가 여전히 너무나도 크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MBC <라디오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