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손흥민일 필요는 없잖아
K리그2 직관하고 온 교행 일기..ㅎ
요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지난 일요일 밤, 졸린 눈을 비비며 손흥민 선수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여곡절 끝에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경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그만큼 손흥민 선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현재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매우 큰 자랑거리이자 위안이 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손흥민 선수의 21-22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등극을 기념할 겸, 기존 블로그의 성격과는 맞지 않지만 얼마 전 직관하고 온 'K리그2 경기'와 'K리그2 선수들'에 대한 소회를 간단히 이야기해볼까 한다..ㅎ
사실 나는 이번에 우연한 계기로 'K리그2' 경기를 직접 보러 가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2부 프로 축구리그'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 리그 격인 K리그조차도 관중 감소와 재정난으로 인해 그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마당에, 유료 관중과 제대로된 중계 시스템이 갖춰진 '2부 프로리그'가 열악한 대한민국 축구 인프라 하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나만의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사 2부 프로리그가 존재한다하더라도 관중 하나 없는 열악한 경기장에서, 100% 지자체 예산으로만 운영되는 '무늬만 프로'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눈 앞에 펼쳐진 K리그2 경기장 안에서의 모습은 내가 머릿 속에 가지고 있던 '2부 리그'에 대한 그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현수막으로 꾸며진 스타디움 안으로 경기 시작 전부터 지역 축구팀의 유니폼을 입은 관객들이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간소하게나마 홈 팀을 응원하는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이 무대에서 몸을 풀고 있는 홈 팀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선수들은 몸이 부서져라 공을 차고 달렸다. 선수들의 역동적인 플레이를 보고 있자니 이 곳이 우리나라 2부 리그 경기장인지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그동안 티비로 봤던 그 어떤 축구 경기보다도 뜨겁고 열정적인 경기가 눈 앞에서 펼쳐졌다.
그들의 몸을 날리는 플레이에는 관중수나 연봉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숭고함' 같은 게 묻어 있었다. 평생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오고, 비록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자신들의 경기를 보기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고 돈을 지불한 팬들에게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그들의 모습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주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과 견줄만큼 정말 멋있고 대단했다.
그렇게 90분 동안의 치열한 경기를 보고나니, 내 머릿 속에는 많지 않은 관중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K리그2 선수들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어쩌면 내가 살아온 인생 역시 오늘 K리그2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커다란 사회 속에서 손흥민 선수처럼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가 스포트라이트 없는 암흑 속에서 말로 할 수 없는 '일상의 지리멸렬함'을 참아가며, 관중 하나 없는 빈 축구장에서 자신만의 악전고투를 펼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만의 작은 스타디움 안에는 심판도 없고, 화려한 조명도 없고, 심지어 나를 상대해줄 멋진 상대편 선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우리는 그저 유일한 관중이자 상대편 선수인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관중 수나 연봉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숭고함'이 최선을 다한 K리그2 선수들에게서 느껴지듯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도 역시, 그 누구도 무시 못할 '숭고함'이 느껴진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이란 리그 안에서, 분명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만의 플레이를 지속하여 1부 리그로 승격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몇몇은 해외리그의 부름을 받아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반면에 운이 없는 몇몇은 선수생활이 끝날 때까지도 2부 리그 혹은 3부 리그에 머물며 별볼일 없는 선수로 자신의 커리어를 마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 뒤돌아 봤을 때 결국 우리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관중들의 환호도 아니고 천문학적인 연봉도 아니고 그라운드 안에서 최선을 다해 뛰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 그 한 장면이 아닐까. 결과가 어찌됐든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 순간순간에는 그만큼의 의미가 있고 또 그만큼의 아름다움이 묻어있다.
관중들을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최선을 다한 그 날의 K리그2 선수들을 리스펙하는 마음에서라도 남들의 시선이나 환호에 신경쓰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해 내가 해야할 플레이를 차근차근 해가나는 인생을 살아가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