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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l 02. 2022

젊음이 늘 옳은 것만은 아니다

'꼰대'에 관하여

 대충 5,6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여전히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널리 쓰이고 있는 초특급 유행어(?)가 하나 있다. 바로 '꼰대'라는 표현이다. 최근 들어서는 하도 꼰대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인터넷을 중심으로 '꼰, 꼰머' 등의 변형된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꼰대'는 명실상부 2022년 현재의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원래 '꼰대'라는 표현은 '나이 많고, 권위적이고, 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실제로 십몇 년 전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일 때만 하더라도 꼰대라는 표현은 주로 자기 아버지나 담임 선생님을 낮추어 부르는 용도로만 사용됐었다. 심지어 우리 나이 또래는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 말이었고, 우리보다 십 년, 이십 년 윗 세대에서나 쓰던 소위 옛날 말이었다.


 하지만 요새 이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의미가 확장되어 지금은 '나이든 사람, 권위적인 사람, 대화가 안통하는 사람,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 등등 사회 생활을 하다 마주치는 온갖 부정적인 형태의 인간 군상을 모두 아우르는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가 되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또라이' 혹은 '사이코' 정도로 쓰이던 부정적인 뉘앙스의 여러 표현들이 요즘 들어 '꼰대'라는 표현 하나로 합쳐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몇몇 소수의 젊은이들이 이 꼰대라는 표현을 소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같은 젊은이로서 가끔씩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나이 들었다고 다 꼰대가 아니고 자기보다 상사라고 해서 다 꼰대인 것은 아닌데, 잘못된 '꼰대론(論)'을 가지고 있는 몇몇 젊은이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전에 자기에게 지적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꼰대짓으로 치부해버리고는, 아무런 고민없이 눈 부라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도 사회적으로 직장 내 갑질 문제, 꼰대 문제가 이슈화 되다보니, 이처럼 '정상적인 상사'가 '비정상적인 부하직원'의 눈치를 보는 일이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역(逆)꼰대'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가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가끔 직접 눈으로 보거나 주변을 통해 들려오는 사례들을 보면 정말 진급해서 관리자가 되는 것보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그냥 평생 실무자로 남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꼰대 문제'의 핵심은 사실 나이의 많고 적음 혹은 지위의 높고 낮음 때문이 아니다.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것.' 그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나이의 많고 적음과 지위의 높고 낮음은 그 다음의 이야기이다. 다만 오랜 세월 동안 나이에 따른 수직적인 상하 관계 문화가 이어져온 우리 사회의 특성상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고통을 안겨주는 쪽에 있었을 뿐이다.


 소위 '역꼰대짓'을 하는 소수의 젊은이들은 이 점을 꼭 알아뒀으면 좋겠다. 젊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나이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해줘야하는 것도 아니다. 젊다는 이유로 정당한 지적까지 거부해버리게 된다면, 나중에 진짜 '꼰대'로부터 부조리한 공격을 당하더라도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할 말이 사라져버린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공정한 잣대를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젊은이들이 먼저 걷어차버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상사가 됐든 부하 직원이 됐든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당당하게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사회가 됐을 때, 그런 사회야말로 진정한 '탈()꼰대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젊은이들이 이러한 사회 모습이 정착될 수 있도록 순간의 감정에 함몰되지 말고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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