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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l 17. 2022

공무원 초근수당이 아니라 '가라 초근'을 없애셔야죠

열일하는 공무원들은 무슨 죄?

 요즘 나라 전체가 너  할 것 없이 '공무원 때리기'에 한창이다. 요 며칠 동안만 해도 '2023년도 공무원 임금 동결 추진', '향후 5년간 매년 1%씩 공무원 정원 감축' 등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듣고만 있어도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중앙 정부의 정책들이 언론을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왔다. 몇 년째 공무원이란 직업을 가지고 밥벌이를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선 정말이지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변에선 더 늦기 전에 이 조직을 떠나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번엔 중앙 정부가 아닌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귀를 의심할 만한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바로 대구광역시가 소속 공무원들의 초과 근무를 일괄적으로 '불허'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퍼지기 시작한 이 이야기는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삽시간으로 퍼져 나가, 가뜩이나 그로기 상태에 빠져 있는 공무원들의 상처난 가슴에 또 한번의 거대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실상은 이러했다. 새로 취임한 홍준표 대구 시장이 소속 직원들의 워라밸 개선 및 자유로운 업무 환경의 정착 등을 위해 전 직원의 유연 근무제 확대 시행과 더불어 불필요한 초과 근무 신청의 축소를 실무진에게 지시했고, 그 결과 대구광역시에서는 직원들이 초과 근무 시 받아야할 결재 라인을 기존 '과장 승인'에서 '국장 승인'으로 한 단계 높여 실질적인 '초과 근무 억제 효과'를 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최초에 잘못 전파되어 대구시가 직원들의 초과 근무 자체를 '금지'한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졌다. 논란이 커지자 홍준표 대구 시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인 '청년의 꿈'에서 부서장의 승인을 받으면 여전히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달기도 했다.


 실상이야 어찌됐든, 이러한 대구시의 변화 속에는 기본적으로 '공무원들은 초과 근무할 만큼의 일이 없다' 또는 '공무원들은 초과 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일이 없는데도 일부러 초과 근무를 한다' 라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대중들에게 이러한 공무원 초과 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에는 우리 공무원들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공무원 초과 근무 수당 부정 수령'이라고 검색해보면, 바로 올해까지도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각종 방법들로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해온 파렴치한 공무원들의 사례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퇴근 후에 동료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고 와서 퇴근 지문을 찍고 가는가 하면, 막내 주무관에게 직원들의 출퇴근용 카드를 모두 맡긴 후 평일 저녁이나 주말 시간에 일괄적으로 출퇴근 기록을 남기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공무원 입장에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기사를 하나하나 읽고 있으니 공무원들에 대해 가지는 일반 대중들의 반감과 이번 대구시의 결정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아무리 '실드'를 치려고 해도,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너무나도 심각한 잘못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위의 사례처럼 부정하게 초과근무 수당을 받아 먹는 파렴치한 공무원들보다,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축내가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공무원들이 훨씬 많다. 특히 적은 월급을 받으며 경우에 따라 부조리한 업무 몰빵까지 심심찮게 당하는 우리 하위 직급 공무원들은 마치 모든 공무원들이 '세금 도둑' 쯤으로 비춰지는 현 상황이 미친듯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깨끗했던 연못을 흙탕물로 만든 건 소수의 미꾸라지들일 뿐인데, 그 미꾸라지들을 잡기 위해 묵묵히 살아가던 다른 생물들까지 연못에서 내쫓으려 하니 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인 것인가?


 현 공무원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사고 치는 사람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시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 사람은 따로 있는데 결국 그 책임은 대구시 공무원 조직 모두가 함께 지게 됐다. 몇몇 미꾸라지들의 파렴치한 행동 때문에 적은 보상을 받으며 묵묵히 일하던 이들은 그 최소한의 보상마저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진정으로 공무원 조직이 깨끗하고, 효율적이고, 국민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조직으로 변모하기를 바란다면 지금처럼 연좌제적인 성격의 정책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근로 의욕을 박탈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책임 소재의 파악을 통해 조직에 해를 끼친 공무원들에게는 그에 응당한 처분을 내리고 반대로 조직에 도움이 되려 헌신한 공무원들에게는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사생활도 포기한 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빛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지칠대로 지친 이들의 가슴에 더 이상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무원 조직의 문제 해결에 있어 이번 대구시 사례와 같은 수박 겉핥기식 해결책보다는 공무원 조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한 심도 깊은 해결책이 다가오는 미래에는 반드시 제시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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