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공무원의 여름 휴가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 첫 날의 아침 공기는 언제나 일상적인 날들의 그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무리 날씨가 덥고 습하다 할지라도 그 순간의 공기만큼은 한없이 맑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반대편 아파트 건물의 풍경도 평소와는 다르게 고요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나에게 이제 '방학'이란 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걱정도, 의무도, 부담도 없이 그저 쉬기만 하면 됐던 방학이란 달콤한 보상은 이제 더이상 내 삶엔 없다. 학창 시절 대가 없이 누렸던 방학이란 '일상의 공백'이 내 삶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직장인이 된 지금에 와서야 뼈저리게 느낀다.
진짜 방학은 아니지만 다니고 있는 학교의 방학을 맞아 나도 발령 후 처음으로 4일 간의 여름 휴가를 냈다. 물론 학생 때 느끼던 방학의 해방감과는 거리가 있지만 금요일 오후에 묵혀뒀던 일을 모조리 처리하고 퇴근길에 오르니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숨과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앞으로 4일 간은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쉬기만 하면 된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소설가 박민규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란 작품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불편한 옷을 입고 불편한 웃음을 지으며 사무실에 앉아 하염없이 주말과 휴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뭔가 아이러닉한 상황이지만 정확히 어느 부분이 잘못 된 건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러나저러나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겐 4일이란 달콤한 시간이 주어졌다. 직장이 어쩌고 인생이 어쩌고 다 집어치우고 이 시간 동안 만큼은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 글을 읽으시는 이웃님들도 일상의 잔여물을 깨끗이 씻어버릴 수 있는 충만하고 행복한 여름 휴가 보내셨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