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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Sep 28. 2022

공무원을 관두겠단 말에 여자친구가 보인 반응

좋은 사람이고 싶은 이유

 나에게는 곧 결혼식을 올릴 여자친구가 있다. 첫 직장의 연수원에서 만난 동갑내기로 사귄지 벌써 만으로 4년이 훌쩍 넘었다. 오랜 연애 기간만큼이나 중간중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별다른 위기 없이 지금까지 잘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고난의 연속이었던 첫 직장에서의 하루하루가 후회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여자친구를 그곳에서 만났다는 이유 단 하나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0년 8월, 나는 오랜 고민이었던 의원면직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여자친구에게 꺼냈다. 오랫동안 한 고민이었고, 그만두어야 한다는 확신이 든지 오래였기에 생각보다 그 말을 여자친구에게 전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더이상 이곳에 있다간 정신이 완전히 망가질 것 같다고,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지옥 같아서 당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더라도 단지 살기 위해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나는 차 안에 앉아 담담히 여자친구에게 의원면직에 대한 오래된 내 생각을 전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여자친구는 내 말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는 내게 이렇게 대답했다.


 "oo아, 니가 처음 여기서 일하는 걸 봤을 때부터 너는 여기 있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시간이 갈수록 그 생각은 점점 더 확실해지더라. 너는 여길 나가더라도 더 잘되면 잘됐지 결코 무너지거나 잘못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더 일찍 나갔으면 좋았겠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지금이라도 확신이 들었다니 너를 잘 아는 짝꿍으로서 참 기분이 좋다."


 그 말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총무과에 사표를 내고 2년 반의 지방직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그런지 단 한 톨의 후회도 없이 그저 개운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2년의 시간이 지나 그때의 불안과 고통이 모두 추억이 된 지금,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나는 그 당시 여자친구와의 대화를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겨우겨우 합격한 공무원이라는 직장을, 아무런 대책없이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하는 서른 살 먹은 남자친구 앞에서, 그 어떤 흔들림도 없이 '너는 이곳을 나가는 것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야.'라고 당당히 말해줄 수 있는 여자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녀가 있었기에 퇴사 후의 혼란스러웠던 몇 개월도 별다른 위기없이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평생에 걸쳐 그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할 차례이다.


 여전히 사회 초년기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나지만, 다행히도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여자친구가 내 옆에 있기에 전체적인 내 인생은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내 삶의 마지막이 정확히 어떤 모습일진 모르겠지만, 그 순간 내 옆에 지금의 여자친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적어도 내 삶을 실패한 삶이라고 규정할 순 없을 것이다.


 이번 글을 계기로 다시 한번 아무것도 아닌 상태의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믿고 사랑해준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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