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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Sep 20. 2022

공무원 월급은 어느 지역이나 똑같다

직장이 꼭 서울일 필요가 있을까?

 서울 근교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서울'이란 지역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일을 해도 뭔가 달라보였고, 티비 드라마 속에 나오는 서울의 모습은 언제나 신나고 여유로워 보였다. 만약 내가 서울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새롭고 행복할 것만 같았다. 1호선,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 저녁이 되면 한강 둔치에 앉아 북한산과 남산타워를 바라보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 서울로 출퇴근 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서울로 출퇴근 하는 게 대체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고 있다. 서울에서 일하면 견문도 넓어지고, 보고 배울 멋진 사람들도 주변에 많아질 거라 어린 시절부터 굳게 믿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노력을 해 서울에 직장을 잡은 나에게 주어진 것은 이전에는 없던 왕복 2시간의 출퇴근 운전과 살인적인 서울의 물가 뿐이었다. 뭔가 다를 것이라 기대했던 직장에서의 생활 역시 내 고향에서 느꼈던 것처럼 여전히 무의미 하고 힘들기만 할 뿐이다. 이럴거면 난 왜 굳이 내 고향이 아닌 서울로 직장을 잡은 것일까.


 공무원의 특성상 서울시에서 일을 하든, 세종시에서 일을 하든, 제주도에서 일을 하든 공무원이라면 우리는 모두 같은 월급을 받는다. 공시생 시절에나 서울시는 몇 점이다, 지방직은 몇 점이다 하며 우선 순위를 나눌 뿐이지, 막상 공직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면 지역만 다를 뿐 모두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월급을 받는다. 오히려 부동산 값을 비롯한 각종 생활 물가를 비교하면 서울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비교적 더 적은 월급을 받는다고 볼 수도 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굳이 서울 사람도 아닌 내 직장이 서울일 필요가 있는 것일까? 라는 물음만 계속해서 떠오른다.


 이제는 '서울에 살고 싶다'라는 어린 시절의 로망만으로 계속해서 버티기엔 출퇴근에 소비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나도 버겁게만 느껴진다. 애초에 첫 직장을 그만둘 때 가장 먼저 했던 다짐이 무슨 일이 있어도 '직장에 의미를 두지 말자' 였는데, 서울로 출퇴근 하기 위해 매일 꼬박 2시간씩을 도로에서 허비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그 다짐을 완전히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의미를 두지 않기는커녕, 오히려 직장에 완전히 얽매여 버렸다.


 지금도 공무원 관련 인사교류 사이트인 나라일터에 들어가 보면 내가 사는 지역의 공무원들이 보낸 교류 요청 쪽지가 내 쪽지함에 가득히 차있다. 정말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 아침에라도 교류를 통해 바로 집 앞에 있는 기관으로 내 소속 기관을 옮길 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일하고 싶다는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까? 아니면 현실적인 이로움을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교류를 통해 내가 사는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할 나이가 된 지금,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조만간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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