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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Sep 10. 2022

120%의 법칙, 4년차 공무원의 직장 생활법

무례한 사람에게 화내며 대처하는 법

 나에게는 직장 생활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나만의 '법칙'이 하나 있다. 바로 '120%의 법칙.' 모든 직장인들이 자신들만의 가치관과 신념을 통해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내리듯, 나 역시도 나만의 직장 생활 법칙인 이 120%의 법칙을 기준으로 직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린다.


 나의 120%의 법칙이란 이런 것이다. 가령 같은 직장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일의 정도가 100%라고 가정해 보자. 나에게 주어진 일의 양이 100%라면, 내 옆에 앉아 있는 동료에게 주어진 일의 양도 100%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의 양이 100%기에,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100%만큼의 일만 책임감 있게 처리한다면 회사는 별 문제없이 잘 굴러간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의 능력과 인성이 동일할 수는 없기에 몇몇은 100%을 넘어 200%, 300%의 일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몇몇은 100%는커녕 10%, 20%의 일조차 안하려 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주어진 일 이상의 일처리를 부당하게 요구한다면, 나는 120%정도 선까지는 별말없이 묵묵히 대신 해주되, 대신 상대방의 요구가 내가 설정한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를 넘어가는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분노를 한번에 폭발시켜 무례하고 능력없는 상대방이 다시는 내게 어떠한 요구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것이 바로 내가 오랜 시간 지켜오고 있는 나만의 직장 생활 법칙인 '120%의 법칙'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구청 청소과 서무 시절, 나보다 열다섯 살쯤 많았던 한 6급 주무관은 별 대단치도 않은 이유를 들어가며 매번 폭우나 폭설로 인한 비상 근무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차례를 서무인 나에게 미뤘다. 자신에겐 언제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으니 비상 근무를 총괄하는 서무가 자신의 자리를 땜빵 해줘야한다는 신박한 논리였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당연히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처음부터 다짜고짜 성질을 냈다가는 경력도 얼마 안되는 게 싸가지 없게 행동한다며 논점을 흐리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나에 대한 부서 동료들의 믿음이 생길 때까지 별말없이 그 6급 주무관의 요청대로 비상 근무를 대신 서줬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어느 시점이 됐을 무렵, 그 6급 주무관이 나에게 다가와 당연한 듯한 표정으로 비상 근무 땜빵을 요청했을 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6급 주무관을 향해 그동안 쌓였던 모든 감정을 지극히 이성적인 모습으로 폭발시켰다.


 이러한 방식의 직장 생활에는 몇 가지의 장점이 있다. 첫째로 어느 정도의 명확한 기준을 잡은 상태에서 일처리를 하기 때문에 남들이 내게 어떤 식으로 행동하든, 다른 방식에 비해 비교적 신경이 덜 쓰인다는 점이다. 일정 기준까지는 100% 상대방의 요구에 맞춰주면 되고,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100%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된다. 또 참을 만큼 참은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 언쟁이 붙었다 하더라도 당당한 태도로 싸움에 임할 수 있는 충분한 정당성이 보장된다. 다시 말해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호구처럼 구는 건 아닐지 혹은 내가 너무 쌀쌀 맞게 구는 건 아닐지 쓸데 없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둘째로 비록 어느 정도의 참을성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결국 일정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는 본래 가지고 있던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함에 있어 비교적 마음속 응어리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를 낼까 참을까 마음을 졸이며 고민할 필요 없이, 자연스레 화가 났을 때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상대방에게 평소에 하던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만 하면 된다. 또 선을 넘지 않는 한 주변 사람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며 일처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균 수준의 합리성만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조직 안에서의 나에 대한 평판이 좋은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장점이 있다. 혹여라도 120%의 선을 넘은 누군가와 돌이키지 못할 다툼을 벌이더라도 '참을성 있는 그 사람이 화를 낼 정도면 상대방이 큰 실수를 저질렀겠구나.'라는 반응을 회사 내 동료들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120%의 법칙에는 결국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반드시 누군가와의 다툼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또 모두에게 동일한 법칙을 적용하려 하다보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남들에 비해 절대적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와 같이 기본적으로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있고, 쓸데 없는 싸움은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남들한테 끌려다니고 싶지는 않은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이 120%의 법칙이 앞으로의 직장 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꽤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 중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막연히 참는 데에만 익숙해졌거나, 혹은 계속 되는 싸움에 지쳐가 동료들과의 관계가 점점 껄끄러워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제 넘는 이야기이지만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내가 오늘 소개한 이 '120%의 법칙'을 자신의 직장 생활에 한번쯤은 적용해봤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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