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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Oct 29. 2022

공무원 퇴사 후 처음으로 전 직장을 찾아갔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추억

 2020년 9월. 첫 번째 직장이었던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그만둔 날로부터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퇴사하기 몇 달 전에 함께 8급을 달았던 나의 동기들은 내가 떠난 조직에 꿋꿋이 남아 어엿한 5년차 7급 공무원이 되었다. 몇몇은 결혼을 했고, 몇몇은 나와 같은 선택을 하고 조직을 뛰쳐나왔다. 2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나와 내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2년이었다.


 처음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나와 함께 일했던 여러 사람들은 건너건너 나의 퇴사 소식을 전해 듣고는 카카오톡과 사내 메신저, 전화 등을 통해 나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취해왔었다. 주된 내용은 그만 두고 나서 마땅히 할 게 있느냐는 걱정 섞인 반응과 더불어 앞으로 못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는 반응 등이었다. 잠시 잠깐 스친 인연들이었지만 이렇게나마 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참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아쉽게도 나갈 때가 다 되어서야, 이곳의 사람들이 정겹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처음부터 그걸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단 하나도 없었을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복잡한 심경으로 뛰쳐 나온 나의 전 직장, ○○구청을 얼마 전 일반행정직을 그만둔 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찾아갔다. 뜬금없이 전 직장에 찾아간 이유는 전 동료들에게 조만간에 있을 나의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찾은 구청 내부는 2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3층 구청장실까지 이어지는 중앙의 회오리 계단, 머리에 띠를 두르고 로비 한 가운데 앉아 있는 몇몇 재개발 지역의 조합원들, 저소득층 가정에 배부될 지원용 쌀가마니들까지.


 2년 만에 만난 ○○과 □□팀의 팀장님은 오랜만에 뵙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난 주에 본 사람처럼 편안하고 살갑게 느껴졌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서로 간에 안부를 물으며 먼저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구청 5층에 마련되어 있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이곳을 그만 두고 지난 2년 간 내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하나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갔다. 퇴사 후 진로에 대한 고민, 교행으로의 재시험, 두번째 합격, 올해 1월 발령과 얼마 후에 있을 나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시종일관 집중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팀장님은 내 이야기가 다 끝나자,


 "고생 많았겠네. 그래도 잘 돼서 정말 다행이다."


 라는 단 두 마디의 말로 나의 지난 2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뭉뚱그려 희미하게 만든다. 처음 ○○구 총무과에서 발령 전화를 받았던 금요일 오후의 설렘,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겪었던 민원인들과의 아귀다툼, 성향이 다른 상사들과의 끊이지 않는 기싸움, 처음 겪어보는 구청에서의 압도적인 업무량, 승진, 퇴사, 기쁨, 후회, 그리고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까지. 모든 것이 2년이란 시간 동안 아주 조금씩, 천천히, 내 기억 속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잊혀져 갔다.


 하지만 이렇게 비록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이곳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과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곳에서 겪었던 그 수많은 기억과 경험들은 내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지는 것과는 별개로, 나에게 있어 이미 그 충분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앞으로 더이상 볼 일이 없을 지도 모르는  전 직장 동료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바쁜 와중에도 진심으로 반가워해주신 ○○구청의 모든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 앞으로의 그들의 삶이 언제나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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