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이제부터 같이 사는 것일 뿐인데

공무원 커플에서 공무원 부부로

by 옹기종기

작년 연말부터 준비해왔던 결혼식이 이제 정확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 추석 즈음까지만 해도 아직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는 생각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딱 10월달에 접어 들면서부터 신혼 가전 구매, 웨딩 드레스 및 신랑 예복 대여, 부모님들 한복 대여, 주변 지인들 청첩장 모임, 결혼 반지 구매 등등까지 그동안 미뤄놨었던 결혼과 관련된 일들이 한 번에 물밀듯이 쏟아져 내리면서, 결혼을 일주일 앞둔 지금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 이제 내가 정말 결혼이란 걸 하게 되는구나." 라는 당연한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이제 정확히 일주일 뒤면, 한 사람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 중 첫 번째 단계라는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 한 달 간, 주말을 비롯해 퇴근 후의 거의 모든 시간을 결혼 관련 업무 처리 및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에 할애하며 내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피곤에 절어 살아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와 내가 서로 사랑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함께 있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고, 이제는 우리만의 가정을 꾸려 더 큰 행복을 갖고 싶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 이제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다행히도 함께 살 공간은 오래 전에 이미 준비해두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이미 갖춰져 있는데, 나와 여자친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결혼식이라는 것을 실제로 준비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형태의 스트레스가 빈번하게 우리를 찾아 온다. 이미 많은 돈을 받은 웨딩 업체들은 너무나 뻔뻔하게 처음 계약 시 약속했던 내용과 기한을 지키지 않고, 시세보다 훨씬 비싼 바가지성 이벤트들을 '좋은 날',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날'로 포장해 팔아치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사탕발림이 우리의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와 여자친구 역시 암묵적으로 그들의 말에 동조하며 조금 더 좋은 것, 조금 더 멋진 것으로 우리의 결혼식을 꾸미고 싶다는 본능적인 생각에 별다른 생각없이 그동안 아끼고 아끼며 모아놨던 피 같은 돈을 물 쓰듯 쓰게 된다는 사실이다. 웨딩 업체 직원들의 사탕발림 때문이 아니다. 주변에 있는 누가 시켜서도 아니다. 오로지 나와 여자친구가 그렇게 하고 싶다는 본능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결혼식'이라는 것은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나와 여자친구의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와 여자친구가 이제 부모님의 곁을 떠나 한 명의 오롯한 어른으로서 가정을 꾸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구성원들에게 인정 받기 위한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좋은 것, 좀 더 비싼 것으로 결혼식을 꾸며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이 정도면 충분히 함께 살아 갈만 하겠죠?"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자연스레 던지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천 원짜리 한 장조차 아껴 쓰던 내가 적어도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나의 결혼식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지난 한 달 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별다른 문제 없이 결혼과 관련된 모든 준비가 완전히 끝났다. 이제 나와 여자친구는 일주일 뒤 정해진 절차에 맞춰 예식장에 올라 우리가 초대한 하객들 앞에서 실수 없이 '우리 둘만의 결혼식'을 잘 치르기만 하면 된다. 나와 여자친구, 그리고 우리를 축하해주러 와줄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 날의 기억이 그저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으로만 남았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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