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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운영진의 쪽지 하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는 다시 꾸준함을 되찾을 때

by 옹기종기

블로그와 브런치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가장 마지막으로 쓴 글의 작성일을 보니 약 보름 만에 쓰는 글이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 삶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반드시 글 1개씩은 업로드 하겠다고 나름대로의 굳은 다짐을 했었는데, 다짐을 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변명거리는 있다. 글을 쓰지 못한 지난 2주 동안 나는 결혼 휴가 기간 동안 처리하지 못할 회사 일들을 한 주 앞서 처리하기 위해 매일같이 야근을 했고, 예정된 날짜에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식이 끝난 다음 날부터는 4박 5일 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지난 이틀 동안 나의 결혼을 축하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한 명 한 명씩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외에도 미뤄놨던 축의금 정산부터 시작해서 짐 정리, 입주 청소, 가전제품 설치 등등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해보고 나면 별 게 되는 그런 일들을 여유가 되는대로 최선을 다해 처리해나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결혼과 관련하여 해야할 것들을 하나둘씩 처리해나가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2주가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 쪽지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혼'이란 이벤트에 몰입 되어 잠시 동안 일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나를, 비록 지리멸렬하고 별 볼 일 없지만, 그만큼 편안하고 익숙한 '일상'이란 공간으로 되돌아오게 한 건, 우습게도 다름 아닌 브런치 운영진이 보내준 이 짧은 쪽지 하나 때문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와 다르게 카카오 브런치는 2주 이상 업로드가 되지 않는 브런치 계정이 있으면 이렇게 문학적(?)인 방식으로 브런치 작가들에게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도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글쓰기에 흥미를 잃어가는 이용자를 북돋아 주기 위한 희망 가득한 메시지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이 평생의 꿈인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저 메시지가,


"그렇게 작가가 꿈이라고 거창하게 얘기하고 다니더니, 고작 이 정도 꾸준함도 못 보여줘?"


라는 운영진의 질책 가득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그러고 나서 요 몇 달 간을 되돌이켜 보니 여러가지로 바쁘다는 핑계로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저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자기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머리를 부여 잡고 고민하는, 일상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맞아. 꾸준한 게 가장 무섭고 대단해


짤에 나온 나영석 PD의 말처럼, 나이가 먹어갈수록 타고난 재능을 뽐내는 것보다는 하루하루, 묵묵히, 그저 아무 생각없이,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 정말 그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일을 별 탈 없이 잘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의 나에게 있어, 그 어떤 것보다도 빠르게 되찾아야할 능력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이 '일상의 꾸준함'이 아닐까.


나 혼자가 아닌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가족의 가장이 된 지금 이 순간, 내 삶의 모든 분야에 있어 차곡차곡 쌓아온 이 꾸준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내일부터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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