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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울 때까지 쉬다 보면, 하고 싶은 게 생각날 거야

인생의 방향을 잃은 MZ 세대들에게

by 옹기종기

대학에 다니던 20대 초중반 시절, 나에게는 뚜렷한 목표랄 게 전혀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성적과 입시라는 반강제적인 목표점이 있었기에 별다른 고민없이 정해진 길을 따라 열심히 달려가기만 하면 됐었지만, 그 길의 끝에 다다른 이후에는 모든 게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어 청소년기에는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얻고 나니, 그에 대한 대가로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가야할 의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동시에 지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가 한창 다른 친구들이 앞서 나가는 걸 보며 대책없이 불안해 하고만 있던 그 때, 엄마가 내게 해줬던 말 한 마디가 기억난다.


"○○아, 당장 하고 싶은 게 없으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마. 정말 지겨울 때까지 아무 것도 안하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하고 싶은 게 머릿 속에서 저절로 떠오를 거야."


당시 나는 엄마가 한 말의 정확한 뜻을 100% 이해하고 그 말을 받아들이진 못했었지만, 엄마가 내게 해준 그 말 한 마디는 갈 곳을 못 정한 채 헤매고만 있던 그 당시의 나에게 분명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안정감을 가져다줬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말을 듣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고민 끝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고 '합격과 취직'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비로소 있는 힘껏 달려가기 시작했다.



흔히 기성 세대들은 우리 MZ 세대들을 향해,

"요즘 애들은 하고 싶어 하는 게 없는 것 같아." 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본인들이 살았던 시대에 비하면 시간도, 돈도, 정보도, 기회도 많은 말그대로 황금과도 같은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은 '패기'도 없고, '욕심'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다.


물론 그 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는 실제로 우리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젊은 나이부터 안정을 추구하고 있으며, 미래의 성공보다는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러한 성향은 공기업, 공무원에 대한 기형적인 선호도와 더불어 극단적으로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 세대가 오히려 기성 세대가 부럽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과, 돈과, 정보와, 기회의 과잉 때문에 역설적으로 어느 분야든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늘어난 만큼, 사회 구성원이 바라보는 '평범한 삶''성공한 삶'에 대한 기준 역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올라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젊은이들은 그 도전에 따른 실패의 압박에 못이겨 도전 자체를 유예한 채, 마치 과거의 나처럼 어두운 독서실 구석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벌벌 떨고만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불안에 떨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 있던 과거 취준생 시절의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그저 아무 것도 하지 말아보라.'는 엄마의 믿음 가득한 말 한 마디 덕분이었다.


어쩌면 우리 MZ 세대들이 이 사회 안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더 열심히 해야된다는 부담감이 아니라,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여유일지도 모른다.


당장은 불안하고 힘들지 몰라도 아직 달려갈 길을 찾지 못한 많은 청춘들이 당장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무조건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조금은 느긋하게, 조금은 천천히 자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먼저 가져봤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길이 마치 오래 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 또렷하게 우리들 눈 앞에 나타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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