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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슬럼프에 대처하는 법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자

by 옹기종기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즐겁고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시기를 겪기도 하지만, 가끔은 뼈를 깎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만 반복해서 일어나는 시기를 마주하기도 한다.


이러한 삶의 흐름은 마치 파도와 같아서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하더라도 그 흐름을 쉽게 거스르거나 깨뜨릴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정해진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혹은 행복의 시간이 좀더 빨리 찾아오기만을 숨죽여 바라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 '삶의 고저(高低)' 속에서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들을 견뎌가며 살아간다.


한창 좋은 일만 반복해서 일어나던 시절, 나는 잠깐이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분명 시간이 지나 내가 이 행복이 익숙해질 때 쯤이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행복은 나를 밀어내고 반대로 불행은 다시 나를 끌어 당길텐데, 이미 다가올 게 뻔히 정해져 있는 이 고통과 불행이란 미래에 조금이라도 앞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혹은 앞으로 조금 덜 행복해도 괜찮으니 나에게 주어지는 이 감정의 폭을 최대한 좁게 만드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하고 말이다.


그러한 생각이 든 후 한동안은 노력이 아닌 행운으로 얻은 행복은 결코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려고도 해봤고, 설사 온 힘을 다해 이뤄낸 행복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힘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니 이 행복을 결코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반복된 자기 최면도 걸어봤지만, 그저 잠시 잠깐일뿐,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의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안에서 또 새로운 불만을 찾아내 투덜대고 있는 못난 나를 또다시 발견할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화려한 공연을 끝낸 배우의 눈엔 반드시 공연 후의 텅 빈 관객석이 연이어 보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일엔 결국 번화와 쇠퇴가 필연적으로 반복되어야 하는 것일 터인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 중의 하나로서 오직 내 삶과 내 감정만이 그 질서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말이 되지 않는 지나친 욕심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 개인이 그것의 흐름을 바꿀만 한 능력을 지니지 못한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그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 발버둥치기 보다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행복이 찾아올 땐 의심없이 그 행복을 만끽하고, 반대로 슬픔이 찾아올 땐 온몸으로 그 슬픔을 느끼되,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운명에 흐름에 결코 억울해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삶의 자세로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나의 삶에 몇 번의 행복이 찾아올지, 혹은 몇 번의 고통이 찾아올지, 아직은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설사 앞으로의 내 삶에 그 어떤 상황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오로지 나의 행동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여기고 나를 자책하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흐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내게 다가오는 시간들을 담담히 맞이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내 삶이 이전의 그것들보다는 조금더 편안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고통과 행복, 그리고 삶의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난 자리엔 분명 일상의 내가 알아채지 못한 무언가가 소복히 쌓여있을 것이다. 마지막 성장을 끝내고 난 후의 내가 소중한 내 삶에 끝에 주어진 그 무언가를 확인하고 기뻐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도 난 이렇게 내게 주어진 행복과 고통에 감사하려 노력해본다.


2023. 1. 1.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며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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