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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우후훗

욕심활용법

by 열정피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많았다.

그럴듯하게 '열정'이라 포장했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그냥 욕심이라는 걸.

지식욕, 명예욕, 소유욕, 권력, 미에 대한 욕심, 등등

갖고 싶은 건 다 갖고 싶었고,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누가 욕심이 많다고 나를 크게 꾸짖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욕심(慾心)

바랄 욕에 마음심, 그리고 또 마음심. 心자가 무려 2개나 들어가 있다.

원하는 마음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걸 글자부터 말해주는 것 같다.

"분수를 알고 까불어야 한다"는데, 그걸 모르고 마음만 과하게 품는다?

뭐든 과한 걸 싫어하는 순리대로, 욕심은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욕심을 싹둑 잘라낼 수 있나?

욕심 근처엔 늘 열등감이 도사리고 있고, 그 열등감이 다칠새라 욕심은 또 끝없이 커진다.

성인군자도 아닌 내가 이걸 어찌 끊을 수가 있을까? 솔직히, 절대 못 끊는다.


그래서 타협했다.

욕심을 잘 써먹자.

이제 욕심이 많은 게 그리 부끄럽지 않다.

아무래도 35년 동안 이 욕심과 함께 살아온 덕에, 삐죽빼죽 자기 멋대로 튀던 욕심을 제법 손바닥에서 잘 굴릴 수 있게 됐다.


욕심은 내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제일 먼저 알려준다.

또 욕심 덕분에 나는 매일 성장할 동력을 얻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한발 더 버티게 하고,

실패하면 후회 없게 만들고,

또 성공하면 더 짜릿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새 내 안에는 선한 욕심이 자라나고 있는 걸까.


아주 오래전 즐겨보던 무릎팍도사가 문득 떠오른다.

고민을 털어놓는 게스트에게 마지막에 내놓던 그 활기찬 한마디

오늘 나도 한 번 외쳐본다.

그래! 나 욕심쟁이다!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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