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後] 영원은 원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by 열정피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데

우리도 변하면 어떡해?"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 내가 습관처럼 던졌던 낯간지러운 질문이다.

나의 불안을 먹고 자란 질문에 그는 늘 준비된 것처럼 대답했다.


"아냐, 난 널 영원히 사랑할거야."


이 바보같은 질문에 답은 하나 뿐.

마치 모범 답안지를 통째로 외운 학생처럼, 매번 내 불안의 틈새를 달콤한 확신으로 메워주었고,

나는 또 그렇게 현실을 잊었다.


기대하지 말걸. 영원히 함께할 미래를 감히 확신하지 말걸.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무책임한 영원을 무턱대고 믿었을까.


오늘도 나는 텅빈 집에서 구멍난 가슴을 부여잡는다.

함께 '미래'를 꿈꿨던 '과거"를 복기하며, "현재'를 부정하고 있다.

기억의 늪은 더욱더 깊은 저어딘가로 나를 끌어당긴다.



멈추자. 정신차리자.

지금 이순간. 지금 여기.

나는 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며 나를 현재에 끌어다 놓는다.


미래와 과거라는 망령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둘 것.

보이지 않는 늪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 곳의 공기, 그리고 나의 오감에 집중할 것.

그리고 그렇게 하루치만큼만 단단해질 것.


지금이라는 유일한 현실 위에 오롯이 서 있으며 나를 찾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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