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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몽이의 노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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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로사
Feb 18. 2022
자는 잠에 편안하게 가렴
오랜만에 엄마 집에 갔다.
만 16세
개아들 몽이와 함께.
엄마는
절뚝이는 개손주를 보더니, 뒷다리를 한참 동안 주물렀다.
"
못 본 사이에 많이 추레해졌네. 그렇게 깔끔
했는데……
."
몽이 등을 쓰다듬던 엄마는 중얼중얼 속삭이듯 말했다.
"몽아, 자는 잠에 편안하게 가
렴
.
다음 생에는 꼭 부잣집
개로
태어나 호강하며 살아라."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몰래 훌쩍이는 엄마를 못 본 척했다. 그 대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
자는 잠에 편안하게 가세요, 편안하게…….
다음 생에는 꼭 부잣집에 태어나 호강하며 사
세요.
말 잘 듣는 아들딸 낳아 효도도
많이
받으시구!"
엄마는 그제야 젖은 눈을
들어,
딸을 흘겨보며 웃었다.
아마도 엄마는 늙은 개손주를 보며 엄마의 말년을 떠올렸을 것이다. 엄마는 '엄마'로 살아오면서 매 순간 자식들이 잘 되길 소망했다. 그리고
이제 일흔을 앞둔
문턱에서, 엄마 자신을 위한 소망 하나를 품게 되었는데
…….
'자는 잠에 편안하게 가는 것'
이 바로 그것이었다
.
그런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엄마의 마지막 소망 역시 자식들의 평안과 맞닿아 있었다. 그 마지막 소망에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길 원치 않는 엄마의 마음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도 개손주의 등을 어루만지는 굽은 엄마 등을 쓰다듬었다. 엄마가 잠깐이라도 '엄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길, 그래서 남은 삶을 좀 더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오랫동안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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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쓰고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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