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하고 있다.
오늘은 월요일. 일주일의 첫 시작이자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이다.
주말 동안 느슨해진 고삐를 바짝 당기는 날이라 마음도 급하고 챙길 것도 많다.
이른 아침, 아이들과 한차례 등원전쟁을 치르고 회사로 출근하니
각종 업무와 잡무가 나를 반겼다. '엄마'라는 자아를 잊고 또 다른 내가 되는 시간.
여유 부릴 새 없이 집중해야 한다. 육아를 하는 나에게 야근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애증의 존재니까.
휘몰아치는 일들을 벽돌 깨기 하듯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된다.
퇴근하는 길에 아이들을 하원시키면 이로써 오늘의 전반전이 끝이 난다.
이제 후반전. 어쩌면 전반전보다 더 힘든 육아가 시작됐다.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고
의류건조기에 가득한 빨래를 한바탕 개고 나니 어김없이 밥때가 돌아왔다.
오늘은 뭘 먹나... 육아하는 부모들의 최대 고민 아닐까.
5대 영양소 꽉 찬 완벽한 밥상을 차리고 싶지만
냉장고를 열었을 때 눈에 바로 보이는 그것이 오늘의 식재료가 된다.
집에 오면 유난히 더 껌딱지가 되어버리는 둘째 아기와
같이 인형놀이하자, 종이접기 하자 내 손을 잡아끄는 첫째 아이 덕분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주말에 사두었던 첫째의 최애반찬 소시지가 보였다.
그래! 소시지 넣은 볶음밥을 하자!
생각하고 둘째 아기의 울음과 첫째 아이의 떼(?)를 bgm삼아 요리를 시작했는데
"!!!!!!!!!"
급한 마음에 서두르던 것이 화근이었던지 날카로운 가위에 손을 베고 말았다.
손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고 놀란 첫째는 얼음이 되었다.
나도 아픔보다 놀람이 먼저였다.
그리고 서러움이 왈칵 밀려왔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완벽할 수 없는 워킹맘의 비애.
육아를 하느라 회사에 온전히 집중하기도 어려워 겉도는 느낌이 들고
일을 하느라 가사는 뒷전이 되어 난장판이 된 우리 집.
완벽함을 지향하는 나인지라 정말 핑계 대고 싶지 않았는데
회사에서는 '육아'가 핑계가 되고 집에서는 '회사'가 핑계가 되는 것만 같았다.
어느 하나 완벽을 기할 수 없는 나의 하루.
여유를 찾을 새 없이 꾸역꾸역 견디는 듯한 나의 생활이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내 뒤에서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오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파도를 피하기 어려운 막막함이랄까.
병원에서 응급 처치 후 집으로 돌아와 결국
오늘도 김에 맨밥을 싸서 아이들을 먹였다.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엄마 괜찮아?" 하고 물으며
"엄마 나 김밥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첫째 아이가 고마웠다.
(정말 우리나라 아이들의 8할은 김이 키우고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육아는 그 명암이 매우 확실하다. 오늘 나의 육아는 암흑길같았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나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많은 워킹맘, 워킹대디들이 공감할 우리들의 일상. 실상. 그리고 현실.
많은 육아 선배들이 거쳐갔을 이 길.
막막하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며 위로해 주는 선배들의 말을 들으며
또 마침내 장성한 그들의 건강한 자녀와
여전히 사회에서 건재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미래도 긍정적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손을 다쳤다고 육아를 멈추거나 나의 일을 쉴 수는 없다.
지금, 여기서,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마음뿐이니
이곳에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최고의 엄마이자 직원은 아닐지라도 노력하고 성실한 엄마이며 직원이라고.
훗날 오늘의 일은 나의 또 다른 육아후배들에게 위로 삼아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내가 가진 것들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나를 응원하며
이 땅의 모든 워킹맘, 워킹대디들의 건승을 바라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