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프사인가, 내 아이 프사인가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연락할 일이 있어 카톡 친구 목록을 훑어보았다.
아니, 내 친구들이 이렇게 어렸던가.
분명 내 친구들의 카톡프사인데,
모두들 웬 귀여운 아가들에게 잡아먹혔다.
아! 그런데 나도 그렇지?
나는 카톡 배경과 프로필 사진을 잘 바꾸지 않는 편이다.
어쩌다 잘 나온 사진 하나 건지면 그걸로 오래오래 우려먹는다.
그러다 보니 내 카톡은 영 계절감이 없다.
꽃 피는 춘 3월을 지나 초여름이 돼 가는데도 나의 카톡 배경은 크리스마스이며
둘째가 뛰어다니고 "맘마 맘마" 하는데도 여전히 카톡 프사는 신생아 아기다.
결국 또 친구들에게서 이 말을 듣고 말았다.
야! 카톡 프사 좀 바꿔!
그럼 진짜 카톡 프사를 바꿀 때가 되었단 거다.
친구들의 이 말은 이젠 제발 정도껏 알아서 바꾸라는 일종의 데드라인? 시그널? 같은 거니까.
그래! 큰맘 먹고 카톡 프사를 바꾸기로 했다.
휴대폰 갤러리를 열어보니 아이들 사진이 수두룩이다. (사실 아이들 사진 밖에 없다.)
나도 내 사진을 카톡 프사로 할 때가 있었는데...
옛 생각에 젖어 오랜만에 지난 카톡 프사들을 열어봤다.
남편과의 연애시절. 뭘 축하하던 날이었을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숫자 2라고 꽂힌 걸 보면...
우리의 2주년이었을까? 짐작만 해본다.
이 때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 연말 파티, 새해 파티... 많이도 즐겼었는데...
전생처럼 느껴진다.
교직생활을 시작한 지 3년 차 되던 해.
이보다 더 잘 맞을 수 있을까? 싶던 제자들을 만났다.
열정 가득했던 신규교사와 발랄함의 극치 6학년의 만남!
감사하게도 양쪽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은 시간이었다.
그 말미에 아이들이 준 고마운 상.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에 꽤나 오랫동안 카톡프사로 걸어두었다.
나의 일이 전부이던 시절. 나에게도 이런 날이 있었다.
부케를 든 걸 보니 결혼 준비 시기인가 보다.
'그날의 나. 젊다 못해 어렸네.'
자조적인 생각이 들 뻔했지만
'이때의 내가 기대하던 날을 지금 내가 살고 있잖아?!' 하며 스스로를 위로, 아니 칭찬했다.
어쩜 이제부터가 실전이자 현실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신기해 발 사진만 100장 찍던 그날을 시작으로
내 카톡프사는 내 아이 컬렉션으로 변질, 아니 탈바꿈했다.
여행에서도 내 단독샷보다는 항상 아이와 투샷이다.
둘째의 탄생으로 프사 모델이 한 명 더 늘었으니
내 사진은 이제 정말 낄 자리가 없다.
아마 부모라면 모두가 다 공감할 우리의 카톡 프사 변천사.
내가 제일 중요했던 날을 지나
우리 아이가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
'우리가 엄빠가 되었다고?'
엄마가 된 지 6년째에, 둘째까지 생겼지만 아이가 있다는 것이 아직도 새삼스레 느껴질 때가 있다.
내 친구들이 부모가 됐다는 것도 웃기고 낯설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철없는 어른인 것 같은데 보살펴야 할 아이들이 이렇게 많아졌다니.
이 어이없고도, 감사하고도, 어찌 보면 슬프고도, 행복한 사실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내 친구들의 카톡 프사 하나하나 눌러보며
오랜만에 사랑스러운 조카들 사진이나 실컷 구경해야겠다.
ps. 그나저나 카톡 프사 바꾸기는 참.... 힘든 일이다. 애들은 왜 이렇게 빨리 크는 걸까?
크는 속도를 내 카톡 프사가 따라가지 못한다.
다음에는 그냥... 우리 엄마처럼 꽃 사진으로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