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육아. 그 뜨거운 풍경

by 조이현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다.

호기심 왕성한 아이들은 발 밑에 차이는 나뭇잎 하나, 민들레 씨앗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꼭 들여다보며 만져보고 냄새 맡는다. (심지어 입에 넣어보기 까지도;;)

기껏해야 눈으로 보고 예쁘다 하며 지나치는 우리와는 확실히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은 자연을 만끽한다.

(그야말로 오감만족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옷은 깨끗할 날이 없다.

분명 등원할 땐 뽀송하니 산뜻하고 예뻤는데 하원 후 놀이터 투어를 마치고 나면

꾀죄죄한 건 물론이거니와 찐득한 땀냄새를 여기저기 묻히고 온다.

거기다 덤으로 민들레 씨앗 한두 개, 세 잎클로버 몇 개, 가끔은 공원의 개미까지도 묻히고 온다;;

최근에는 길가에 예쁘게 핀 능소화 꽃잎을 주머니 가득 담아 오기 시작했다.


이건 여름이 왔다는 확실한 시그널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여름을 사랑하게 되었다.

덥기만 했던 여름의 진면목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집 앞 산책길에도 옷을 꽁꽁 여매고 가야 하는 겨울과 달리

여름은 실내복 그대로 산책이 가능하다. 국민신발 크록스에 귀여운 선캡이면 충분.


평소 퇴근이 늦은 남편과의 저녁 산책은 주말에나 가능하지만

가 긴 여름은 밤 8시에도 환해 남편과 함께할 수 있다.

가끔은 그 길에 빛의 화가 모네가 그린, 그림 같은 하늘을 만나는 행운까지!

"왜 하늘이 빨개? 하늘나라에 불났나?"

아이와 함께 한참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재밌는 주제도 함께 얻었다.




여름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여름밤이다.

살기 어릴 정도로 뜨겁게 내리쬐던 여름 햇빛이 잠시 자리를 비운 그 사이를 간간히 바람이 채운다.

여전히 후텁지근하지만 잠시 숨 쉴 틈이 생긴다.

여기에 집과 멀지 않은 공원의 밤 분수를 찾아가는 날엔 에어컨 없이도 밤을 날 수 있다.

아이에게도 워터파크나 다름없으니 분수대는 여름 내내 우리 가족의 방앗간이 된다.

입장료 0원에 누구에게나 개방된 야외 워터파크!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채도 높은 여름의 색도 좋다.

비 온 날, 아이의 경쾌한 비옷과 비 개인 후 더욱 선명해진 하늘, 찐한 녹색의 나뭇잎.

새빨간 수박과 자두, 노랗게 익은 초당옥수수 그리고 푸르른 바다. 다채로운 색깔들이 위화감없이 어울린다.

이 장면들에 아이들을 얹으면 비로소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완성된다.


은은하게 파스텔톤으로 퍼지는 봄을 지나 원색의 여름을 맞이하는 요즘.


비 한 번 내렸다 하면 폭우에, 더위 한 번 왔다 하면 폭염경보는 가볍게 울리는

대체 중간이란 없는 여름이지만 이상하게도 여름과 아이들의 합은 꽤나 좋다.


내 눈엔 별거 아닌 것에도 신기해하고 열중하는 아이.

공원에서 콩벌레를 찾고 개미를 들여다보느라, 더운 줄도 모른다.

뭔가에 몰입하는 그 모습이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열정적이다.

가끔은 열정이 넘쳐(?) 멈춰야 할 때를 몰라 우리에게 혼이 나기도 하고

모기에 잔뜩 물려 다리를 벅벅 긁어대기도 하지만

땀으로 젖은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며

내 아이가 건강히 커가고 있음에 안도한다.

스스로(自) 그러하는(然) 자연처럼

내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도

얼마 전에 산 자전거를 타겠다고 아이가 여름 속으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 풀 하나 손에 쥐고 땀 뻘뻘 흘리며

자전거 탄 무용담을 신나게 늘어놓을 것이다.


공짜없는 삭막한 세상에

자연만큼은 아직 값을 치르지 않고도 누릴 수 있어 다행이다.

내 아이의 커다란 놀이터가 되어주는 여름 안에서

올여름 동안도 아이가 다치지 않고

건강히 자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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