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 육아휴직으로 육아(育我)하겠습니다.

by 조이현

"휴직하니까 좋겠네"

"부럽다~ 나도 딱 1년만 쉬었으면 좋겠어."

올해 1월. 육아휴직을 앞둔 내가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꿈꿀 '휴직'. 말만 들어도 달콤하다.

그런데 그 앞에 '육아' 라는 단어가 붙으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자아실현을 삶의 즐거움으로 여기며 온 힘을 다해 일하던 내가, 다시 집에 틀어박혀 아이를 돌본다고?


나는 4년 전 이미 육아휴직을 경험했었다.

아이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던 새내기 엄마시절, 갓난 아기와 둘만 덩그러니 남겨진 날들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꼬물거리는 아이의 비위를 맞추려 숨죽이고 눈치보며 수유하고 기저귀갈고...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일들은 괜찮았다. 하다보니 아기 돌보는 일도 손에 익고 아기에게도 생활패턴이 생겨 수월해졌으니까. 사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분명 하루종일 아이와 같이 있는데도 외로웠다. 외로움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 보단 공허함을 느꼈던 날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나는 감정을 나누고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두번째 휴직은 좀 다를까? 걱정이 앞섰다.




현재 휴직 9개월 차. 나의 두번째 육아휴직은 안녕하냐고?

다행히 안녕하다. 갓난 아기와의 생활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외로울 틈이 없기 때문이다.

종알종알 재잘재잘 나의 말벗이 되어주는 첫째 아이 덕분이다.

마냥 아기일것 같던 아이는 어느새 "엄마 김나현 하지 말고 나현아~ 라고 해야지" 라며 내 말의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차린다. 누워있는 나를 보며 "엄마 아파? 걱정마 내가 고쳐줄게." 하고 밴드도 붙여준다.

아이 둘 육아에 녹초가 된 날은 정말 이 밴드 하나로 싹 나은것같을 때도 있다.


이렇게 생기발랄한 아이와 함께라면 기운 나는 일도 많아서 요즘에서야 비로소 육아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다.

즐겁게 바쁘게, 때론 참을 인(忍)을 새겨 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중에 나 또한 커가고 있음을 느낀다.


생각지도 못한 말로 나를 놀라게 하는 첫째와

아기 시절의 첫째를 떠올리게 하는 둘째를 보며

어린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의 부모님과 남편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기도 한다.

범인류의 문제라 여겼던 환경오염이 당장 나에게 닥친 재난처럼 걱정되고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도 정부인사가 된것마냥 진지한 태도로 살피게 된다.


내 주변을 보는 시선이 훨씬 넓어졌달까?

그 자체가 신기하고 재밌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 덕분에 일상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이제부터 '아이를 키움으로써 나도 커가늗 육아'를 이곳에 기록해보려 한다.

육아전쟁 후 짜릿한 육퇴의 순간을 맞고 하루를 돌이켜봤을 때

'오늘 하루 내 아이도, 나도 이만큼 자랐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들.


지극히 평범한 육아를 하고 있는 내가

그 안에서 소중한 의미를 찾고

한 인간으로서 다시 커가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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