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등하원을 함께 한다는 것

워킹맘 엄마의 작지만 큰 행복

by 조이현

3월부터 내 일상의 8할은 아이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작년까지 4살짜리 딸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었던 나는 왕복 100km의 쉽지 않은 통근을 했다.

8시 30분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며 7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거기다 회사에서의 격무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일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와 육아와 일 어디 하나 진득이 집중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니 참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올해 2월 둘째 아이가 태어나며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 삶은 작년과는 180도 달라졌다.


이른 아침, 헤어드라이어와 고데기로 머리에 한껏 공들이며 출근준비를 했던 지난날들과 달리

지금은 질끈 머리를 동여 묶은 채 둘째 아이 수유와 첫째 아이 등원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가끔 꾀죄죄한 내 모습을 보면 하루빨리 복직해서 다시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리 해도 성과가 없는 듯한 육아에 지칠 때면 고생스럽긴 했어도 일한 만큼 인정받았던 일터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육아휴직으로 줄어든 수입에 생활비를 아껴보겠다고 마트 할인코너를 열심히 기웃거리는 나 자신이 처량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이 생활을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이제껏 함께 하지 못했던 내 아이의 등하원을 매일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하원하고 집에 돌아온 첫째 아이가 내가 준비해 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엄마 나 김치 할래" 하며 사진 요청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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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해 간식을 준비해 준 내가 고마웠는지 "엄마 좋아! 엄마 귀여워! 엄마가 사 왔어?" 란 애교도 아끼지 않았다. 내 아이의 간식을 챙겨주는 것. 어렸을 땐 몰랐던 이런 사소한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일하는 엄마가 되고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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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해 가는 아이의 킥보드 실력을 옆에서 바로 지켜보며 할 수 있다 응원해 주고

하원 후 집 근처 공원에서 함께 숨바꼭질도 하면서 실컷 웃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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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미술학원에 데려다주며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 하고 자신 있게 얘기해 줄 수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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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어린이집 새 학기 적응 기간을 함께 하며 아이가 느낄 고충을 곱씹어 보고

봄에 새롭게 피어나는 꽃을 함께 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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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팝콘 같아."

"나무가 꼭 로콜리 같네."

하며 나날이 늘어가는 아이의 표현력을 직접 들으며 감탄할 수 있다니.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으면 이만큼 벅차지 않았을 내 아이의 성장을 내 눈으로 직접 발견할 때마다

가슴속에서 울컥 감사함이 올라온다.




첫째 아이의 태명은 '행복이'였다.

행복이라는 태명을 지어주면서, 오랜 산고 끝에 눈물겨운 출산을 하면서 나는 다짐했었다.

반드시 사랑이 넘치는 아이로 키우겠노라.

결핍 없이 키우면 버릇 나빠진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숨 쉬듯 사랑받아온 아이는 높은 자존감을 가질 것이라 믿었다.

그 자존감이 내 아이를 긍정적이고 강단 있는 아이로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행복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작은 행복이나마 발견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지.

그 힘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넉넉한 아이로 키워야지.

다짐했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첫째 아이를 출산한 직후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아이를 향한 나의 바람은

"내가 나인 걸 편안하게 여기는 삶. 행복을 미루지 않고 지금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 아이의 등하원 길을 동행한다는 것은 이런 아이로 키우는 데에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에서의 하루를 마치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데리러 올 거라는 믿음.

그로 인해 얻게 될 안정감. 안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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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듯 아이가 등원길에서 천진난만하게 웃어주었다.

이것이 시한부 휴직을 하고 있는, 일하는 엄마인 내게 허락된 아주 소중한 행복임을 알기에

오늘따라 이 미소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내년에 복직을 하면 이 시간은 또다시 정신없는 출근시간이 될 것이고

둘째 아이까지 챙겨야 하는 나는다시 촉각을 다투며 바쁜 하루를 살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을 마음껏 감사해하며

내 아이의 성장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이 행복을 듬뿍 만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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