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일을 대하는 나의 자세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소회

by 조이현


아이의 4번째 생일상을 차렸다.


갓 지은 흰쌀밥에 한우넣고 푹 끓인 미역국,

아이가 좋아하는 보라포도(샤인머스켓이 익숙한 아이는 거봉을 이렇게 부른다.), 아이의 최애반찬 훈제오리.

거기에 지난 달 할머니 생신에 참석했을 때 아이가 맛있게 먹던 블루베리 쉬폰 케이크까지.

오롯이 아이만을 생각하며 만든 생일상을 완성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동안 7개월 된 둘째를 돌보며 짬짬이 정성스럽게 만든 소박한 생일상이었다.


부디 맛있게 먹어주길.


생일상을 준비하며 지난 48개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날 좋은 가을 날 아침 태어난 아이와의 첫 만남부터

처음으로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시작하고 엄마라고 말하던 나날들...


아이는 내게 생애 첫 순간을 무수히 많이 선물해주었다.

가슴아프고 속이 타던 순간도 있었지만 인간은 망각과 미화의 동물이기에

나 또한 힘든 날들을 희미하게 추억하고 기쁜 날들을 더욱 또렷하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아이는 비로소 네 돌만에 '생일'의 진정한 의미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가 더 바빴던 첫돌, 발간 촛불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던 두번째 돌, 케이크를 빨리 먹고싶어 안달났던 세번째 돌을 지나 드디어 "엄마 뱃속에서 짠! 하고 나온 날이야" 하고 생일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게 된 아이.

언제 이만큼 큰 것인지 신기하고 기특했다.


평소와는 다른 식탁 위의 분위기를 알고 상기된 아이가 시키지도 않은 하트를 만들어보였다.

"엄마, 아빠 사랑해" 라는 말과 함께.

4살이 된 아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사와 애정의 표현임을 알고 있는 우리는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뿌듯함과 흐믓함을 감출 수 없었다.


생일노래를 부르는 것도, 초를 끄는 것도 이젠 제법 어린이티가 난다.

아직도 떼쟁이 아기인줄만 알았는데 오늘따라 너의 모습이 더 의젓해보이는구나.





요즘 아이는 공주님 놀이에 푹 빠져있다. 만 4세 딸 가진 엄마들에게 공주놀이는 필수코스라지?

아침마다 옷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히고 싶은 나와 반짝반짝 공주옷을 입고 싶은 아이.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레스만 고집하며 우는 아이가 야속할 때도 있다.

생일날 아침에도 아이는 친구들과의 파티를 위해 어김없이 공주옷을 차려입었다.

오늘은 생일이니까. 못 이기는 척 허락했다.

등원길에 아이의 수줍은 미소에 기대감과 행복함이 어려있었다. (그 모습에 사진을 안찍을 수가 없었다.)


평소였다면 으이그~ 하며 아이를 나무랐겠지만 아이의 생일을 맞아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탓일까?

제 때 제 모습으로 건강히 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고마웠다.


부르지 않아도 때맞춰 돌아오는 계절처럼 우리 아이도 자연스럽게 제 때에 맞게 커가고 있으니

그거면 충분하다 싶다.


앞으로도 너에게 이정도만 기대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10달 동안 품고 고된 산고 끝에 너를 낳아 네가 나인듯, 내가 너인듯 너를 키웠지만

너와 내가 독립된 존재임을 잊지않고 너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야겠다.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을 너에게 투영하지 않고

그저 때맞춰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커가는 너의 모습에 감사할 수 있는 엄마여야겠다.

너에게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묵묵히 바라보며 응원할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가 카메라를 챙겨들고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꽃, 나무, 집, 차를 찍던 아이가 오늘은 웬일인지 "솜사탕같다!" 하며 하늘을 찍는다.

나는 그런 아이를 찍는다.

아이의 눈에 비친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나도 아이를 따라 하늘을 찍어보았다.


네가 태어난 4년 전 그 날처럼 오늘도 날이 참 좋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을 닮은 너.

너의 계절을 맞아 오늘도 눈부시게 빛나는 너를 보며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인 내가,

너의 건강과 행복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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