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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경로 우대석이 아닌 지정석이다.

머뭇거림에서 인생을 배운다.

by 이현기

"오늘 어디서 뭐 먹죠?"

"네가 가고 싶은 데에서 너 먹고 싶은 걸로."


대한민국 사람들은 양보의 미덕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상대방이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때에 따라서 그것은 결정과 책임을 상대에게 미루는 관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여기 너무 시끄럽네. 고기는 고무줄 씹는 것 같고. 찾아보니 여기 별점 세 개밖에 안되던데. 왜 이런 델 오자고 한 거야?"


우린 선택과 결정에 대한 머뭇거림에 익숙해져 있다. 머뭇거림의 이유는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결정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두려운 것이고 남들 하자는 대로만 하면 비난과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아난드 딜바르의 소설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에 나온 것처럼 우린 무언가를 결정하여 책임지기보단 상대방의 결정에 맡겨버리는 것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공동체적 삶의 영역에선 때론 머뭇거림이 미덕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 삶의 영역에서는 머뭇거림보단 주체적인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 내 일생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살아나가야 하는 단 한 번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생을 오래 살아 본 어른이나 지혜로운 누군가가 개입하여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준다거나 도움 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만의 인생 기준점과 목표점은 명확히 설정되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줏대 없이 남들 말만 믿고 따라가다가 훗날 그 길이 내 길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그제야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인생을 허비할 수 없다. 일생은 말 그대로 단 한 번만 주어지는 삶이다. 심지어 길지도 않다.


대학, 취업, 연애, 결혼 등 우린 인생의 다양한 갈림길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만 한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내 삶은 결국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여 살아온 결과물이다. 이젠 대신 내 탓을 하며 남은 미래를 준비할 때이다.


내 인생은 마냥 양보해 주는 게 아니라 나의 믿음과 책임으로 지켜나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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