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책 읽기'에 몸도 마음도 끌려 다니는 이유

아이의 독서 교육이 뜻한 바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by 등대지기 지니

아이의 '책 읽기'는 어디쯤에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은 해주지 못하면 죄책감마저 든다는 '책육아'를 시작으로, 초·중·고 내내 아이의 독서력(누군가는 권수)에 긴장한다. 이렇듯 많은 부모들이, 특히 엄마들이 아이의 책 읽기에 몸도 마음도 끌려 다니는 이유가 단순히 '책 많이 읽은 아이'를 목표로 해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책 읽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는 아이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스스로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바란다. 먼 후일 부모가 곁에 없어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을 때뿐만 아니라, 거기까지 성장하는 과정 과정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 바로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것이 책 읽기의 최종 목표이자 꾸준히 독서 지도를 해야 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해결력은 원한다고 언제든, 또는 단시간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책 읽기는 단순한 글자 인식에서 시작해 궁극적인 목표인 문제해결력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단계적 성장을 거친다. 이는 해독 → 문해력(이해력) → 독해력 → 사고력 → 문제해결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중간의 화살표는 지속적인 성장을 뜻하며, 다음 단계는 앞선 단계의 성장만큼 연계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사고력이 부족하면 문제해결력이 떨어지고, 독해력이 약하면 사고력 발전이 더디고, 문해력(이해력)이 안되면 독해력도 힘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글자를 소리로 바꾸는 해독 능력이다. 해독은 문자를 인식하고 그 문자에 소릿값을 적용하는 과정이다. 글을 읽을 때 흔히 ‘독해한다’ 표현하지만, 독해 앞에 필수적인 것이 해독(解讀)이다. 암호를 ‘해독한다’ 할 때 쓰는 그 단어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문자를 봤을 때 한글이든 영어든 모두 암호처럼 느껴질 것 같다. 우리가 낯선 나라의 낯선 언어를 마주했을 때처럼.


읽기 학습 장애로 알려진 난독증 중에는 이 해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이 읽어주면) 듣고 의미를 파악하는 이해력이나 독해 능력은 정상인데, 같은 문장이 글씨로 쓰인 것을 읽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때, 문자로 표기된 단어를 소리로 바꾸는 해독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문해력(이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며, 후에 언급될 독해력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글자를 보고 소릿값이 떠오르는 해독이 자동화되어야 남은 에너지를 뜻을 이해하는데 쓸 수 있다. 해독과정이 미숙하면 이해력이 떨어지고 당연히 문해력에 문제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문해력 성장의 골든 타임, 그 마지노선을 초등학교 2학년으로 본다. 적어도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해독을 유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이 시기에 문해력의 기초를 다져놓지 못하면 이후 학습부터 일상생활까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몇 년에 한 번씩 기사화되는 문해력 논란(ex. 심심한 사과, 무운을 빈다 같은)은 한글을 읽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글씨를 읽을 수는 있는데, 다시 말해 해독은 되지만 그 뜻을 이해 하지 못해서 발생했다.


문해력은 장문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낼 때 제대로 발달한다. 일부 발췌된 짧은 글은 얕은 이해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목표가 사고력 향상이라면 비문학보다는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호흡이 긴 이야기책을 읽으라고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부' 욕심까지 채워주는 듯한 '학습서'로는 폭넓은 이해력을 기르기 힘들다. 짧은 비문학 지문으로 문제풀이를 많이 하는 것보다, 기승전결이 있는 호흡이 긴 이야기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는 것이 아이들의 문해력 발달에 훨씬 도움이 된다. (영어 교육에 있어 영어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목표가 '교과목' 영어 점수가 아니라 영어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면!)


사전적 뜻풀이로는 문해력과 독해력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두 단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유는, '책육아'를 하고 무한 정성을 들이는 독서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수백 권 수천 권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닐 것이며, '독서의 양과 학업성취도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이미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공감한다.


문해력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글자와 단어를 인식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독해력은 적당한 길이의 텍스트에서 주요 아이디어를 파악할 수 있고, 여러 문장의 논리적 흐름을 이해하며, 비유적 표현이나 저자의 의도를 추론하고 해석할 수 있는, 좀 더 깊은 사고가 필요한 읽기 능력을 의미한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독서의 '양'보다는,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깊이 해석하는 독해력이 아이의 사고를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독해력은 곧 사고력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둘은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룬다. 깊이 있는 독해를 통해 사고하는 힘이 길러지고, 그렇게 단련된 사고력은 다시 더 심화된 독해를 가능하게 한다. 이 선순환이 학업 성취도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바탕으로 해답을 찾아낼 수 있게 한다. 즉, 독서라는 행위는 지식의 축적을 넘어, 아이 스스로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정보를 분석하며,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도출하는 자기 주도적인 삶의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아이에게 책을 읽게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은 아이, 혹은 좋은 성적을 받는 아이를 만드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능동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따라서 책 읽기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이며, 그 목표를 분명히 인식할 때 부모의 독서 지도는 더욱 명확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만약 지금 아이의 독서 교육이 뜻한 바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어느 단계에서 덜커덩거리고 넘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그 단계에 맞는 맞춤형 지도를 계획하고 실천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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