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근육

아이가 언제쯤 책을 재미있어 할까요?

by 등대지기 지니



"아이가 언제쯤 책을 재미있어 할까요?" 이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돌보는 부모에게 많이 받는 질문이다. 짧은 이 말속에 '아이가 결국 책을 재미있어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불안도 전해진다. 생각해 보면 이제 겨우 세상에 나온 지 10년 안팎의 아이들이다. 40평생(대략 저학년 부모의 평균 나이) 살면서도 책의 재미에 빠지지 못한 사람이 많은데, 하물며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를 놓고 이러한 기대와 고민을 하는 것은 지나친 성급함이 아닐까? 특히, 또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독서를 '꾸준히' 해오지 않았다면, 우물가 근처도 가지 않고 숭늉 먼저 찾는 격이다.


'책의 재미'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취의 영역'이다. 독서의 즐거움이나 깊은 깨달음은 노력 없이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시간 투입을 통해 스스로 획득해야 하는 결과물임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운동을 통해 탄탄한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된 훈련이 필요하듯, 우리 아이들도 책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꾸준한 노력으로 정신적인 '독서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독서 근육은 책의 재미를 위한 선행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다른 재미들과 달리, 독서는 일정 수준의 '절대 필요량'을 채우기 전까지는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책의 재미는 독서 근육이 단련되어 책을 읽는 과정 자체가 수월해지고, 그 내용을 통해 새로운 지적 성취를 경험할 때 찾아오는 달콤한 보상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직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독서 근육이 덜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 근육이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지식을 장기적으로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발달시키는 정신적, 인지적 능력의 총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독서 근육과 재미는 정비례 관계에 있다. 근육이 약할 때는 책 읽는 행위 자체가 어렵고 '의무'나 '공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꾸준한 견딤을 통해 근육이 성장하고 인지적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텍스트가 쉽게 소화되고 글자가 아닌 '생각'과 '의미'가 보이기 시작하며 독서가 '즐거움'으로 전환된다. 즉, 독서 근육은 재미라는 성취에 도달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본기인 셈이다.


독서 근육은 여러 가지 하위 능력들로 구성된다. 그 요소들을 균형 있게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구성 요소로는 긴 호흡의 글이나 어려운 내용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내는 지구력(인내 근육), 텍스트에 담긴 핵심 개념, 논리 구조,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저자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이해력(소화 근육), 외부 방해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텍스트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집중력(몰입 근육),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텍스트의 논리적 오류를 찾고, 내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떠올리며, 다른 지식과 연결 짓는 사고력(비판 근육), 그리고 새로운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전 지식'의 양을 축적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파편화된 지식들을 상호 연결하는 배경지식(연결 근육)이 있다.


부모는 아이가 이러한 근육을 꾸준하고 반복적인 독서 행위를 통해 점진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읽은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요약해서 말하고 써 볼 수 있도록 책의 내용에 대해 '왜? 만약에?'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하여 독서의 '넓이'를 확장해갈 수 있도록 끈기 있게 관찰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독서 근육을 키우는 노력은 곧 '책의 재미'라는 성취를 위한 고독한 여정이다. '성취'는 대개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완성되므로, 자기 주도적인 노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책의 재미는 영상이나 게임처럼 수동적으로 제공되는 재미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해야만 얻을 수 있는 주체적인 행위의 결과이다. 독서 근육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으며 꾸준하고 장기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운동 근육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어설프게 만든 경우 조금만 운동을 게을리하면 금방 빠져버리는 것처럼, 독서 근육 역시 근육을 형성하는 것도 만들어진 근육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든든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함께해 주어야 한다. 초기 독서가 '견딤'의 영역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모가 곁에서 지치지 않도록 이끌어주고 응원해야 한다. 아이가 꾸준함 속에서 성취감을 경험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는 임계점을 돌파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페이스메이커로서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아이가 언제쯤 책을 재미있어 할까?'라는 기대나 고민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어쩌면 멋진 성장을 이룬 '그때'에도 아이가 책을 재미있어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발달된 탄탄한 독서 근육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멋진 성장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꾸준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독서 근육은 몸이 기억하는 운동 근육처럼 회복력이 뛰어나다. 부득이하게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어느 시기를 지나더라도, '다시 책으로' 생각과 마음의 근육을 회복하고 발달시키는 것이 결코 오래 걸리지 않고, 처음같이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평생의 삶을 지탱해 줄 탄탄한 독서 근육이라는 본질적인 힘은, 스스로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진정한 동력이 될 것이므로, 아이의 미래에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아이의 '책 읽기'에 몸도 마음도 끌려 다니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