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요소의 마리아주
Auther Eric Carle
PUFFIN BOOKS
1969
안녕하세요, 그림책 여행자 여러분!
매주 일요일 저와 함께 즐거운 그림책 여행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열네 번째 여행지입니다. 그림책의 고전이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인의 많은 사랑을 받는 에릭 칼의 그림책 <배고픈 애벌레>의 원서를 소개합니다. 올해 만 91세의 나이로 타계한 에릭 칼(1929-2021)은 그의 평생 70권이 넘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그린 작가입니다. 특히 아름다운 색상의 콜라주 기법은 그의 그림의 큰 특징으로 손꼽을 수 있는데요, 오늘 <The Very Hungry Caterpillar>에서 그의 콜라주 기법과 함께 바인딩이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사용되었는지 살펴보지요.
지난 여행지였던 김동수 작가의 <잘 가, 안녕!>에서도 콜라주 기법을 소개하였지만, 둘의 콜라주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김동수 작가는 페이지에 위치할 캐릭터와 소품 등의 모습을 다른 종이 위에 그리고 잘라서 올렸다면, 에릭 칼 작가는 물감으로 질감을 더한 종이를 오려서 그림을 그립니다. 즉 그림을 채색하는데 이용할 색종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판 40주년을 기념하여 촬영된 인터뷰에서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그의 작업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한 얇은 종이를 칼로 오리고 붙여 모양을 만듭니다. 털과 같은 디테일은 크레용을 사용해 마무리하였습니다. 색채를 좋아하는 그가 만든 종이는 아름다우면서 화려해 이를 활용한 콜라주 기법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에릭 칼의 <The Very Hungry Caterpillar>는 출판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보드북입니다. 보드북은 일반 책 보다 딱딱하고 견고해 쉽게 찢어지지 않아 영유아를 위한 책에 자주 이용됩니다. 뚜렷한 텍스처가 혼합돼 그려진 그림이 단단한 보드 위에 올라가 그 자체로도 책에 힘을 더해주며 책이 똑 떨어진다라는 느낌을 줍니다.
보드북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은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내용을 전개한 부분입니다. 종이의 크기를 달리해 첫 페이지에선 과일의 종류가 한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과일의 개수가 증가하고 숨어있던 글자들이 나타납니다. 리듬적으로 반복되는 이 구성은 책의 주 타겟층인 어린 독자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책을 넘기는 즐거움을 줍니다. 또한 보드북이기 때문에 책을 넘기는 도중에 페이지가 찢어질 위험도 낮고요. 확실하게 일치하는 구멍의 위치도 보드 책이 가진 견고함과 두께감을 잘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구멍을 이용한 '애벌레가 먹었다'라는 표현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였을까요?
바로 다양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난 애벌레가 마지막으로 애벌레의 주식인 큰 잎사귀를 먹는 이야기를 넣은 것인데요. 5개의 구멍이 뚫린 잎은 왼쪽 페이지만 위치하며 과일부터 이어지는 책의 구멍을 마무리합니다. 또한 줄기를 건너오는 애벌레를 통해 오른쪽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른 음식들은 한 입만 먹었던 것에 비해 애벌레가 먹어야 하는 잎사귀는 다섯 입을 먹고, '기분이 나아졌다'는 것을 글로 표현해 지금까지 책에 뚫려있던 구멍의 갯 수와 음식의 종류, 위치 모두 작가의 의도 하에 적절히 배치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인터뷰 내용처럼 뚱뚱한 배고픈 애벌레로 남을 뻔한 주인공은 편집자의 의견을 따라 멋지게 나비로 우화 합니다. 활짝 펼쳐진 페이지에 나타난 알록달록한 나비는 우리가 알고 있던 애벌레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멋진 기법, 재치와 함께 나비의 한살이까지 예술성과 교육적인 측면 모두 잡은 <Very Hungry Caterphillar>는 50년 넘게 사랑받을만하지요.
반세기 이상 우리를 즐겁게 해 준 에릭 칼 작가의 대표작이자 그림책의 고전인 <배고픈 애벌레>를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다음 주에도 알차고 재밌는 그림책을 들고 여러분을 만나러 오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 Eric Carle - The Very Hungry Caterpillar 40th Anniversary https://www.youtube.com/watch?v=fvRcCKP5v6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