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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방자 Nov 21. 2021

[그림책 여행지 16] 마고할미

전달하고 싶은 것을 위한 방법의 고찰

글 정근/그림 조선경

보림출판사

2008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주에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도 함께 즐거운 그림책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오늘은 우리나라를 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을 함께 여행하고자 합니다. 바로 우리나라를 만든 신 ‘마고할미'입니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익숙한 그림책 제본 방식인 양장제본이 아닌 스프링 제본을 이용하였습니다. 책이 덮여있을 때는 알기 어렵지만, 읽고 나서는 왜 작가가 이 바인딩 방식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지요. 이 독특한 방식을 주제로 하여 어떻게 '마고할미'를 표현하였는지, 그리고 그의 의미를 살펴보는 열여섯 번째 여행을 시작해봅시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기지개를 켜며 하늘과 땅을 분리하는 마고할미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겉표지에서 보였던 살구색의 낯빛과 다르게 새하얗게 분칠을 한듯한 얼굴에 퀭한 눈은 첫인상으로 그가 인간이 아닌 신임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보이는 양 쪽 페이지는 연결이 된 내용이 아닌데, 이는 긴 병풍책인 각 페이지의 왼쪽을 스프링으로 엮었기 때문입니다. 겉표지의 크기에 맞추어 페이지를 접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내용이 옆에 위치하게 된 것이지요. 깨어난 마고할미의 모습을 뒤로하고 병풍책 페이지를 펼치면 그제야 이 책의 시작이 드러납니다. 하늘과 땅이 붙어있는 그곳에 마고할미가 잠을 자고 있지요. 다소 헷갈리는 페이지 구성 방법이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책을 넘겨 보다 보면 굳이 이런 서술 방식을 택한 이유를 알게 됩니다.

 

바로 마고할미의 웅장한 모습을 그림의 크기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에서는 등장인물을 담아낸 페이지 크기와 수로 스케일을 가늠한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보여지는 마고할미의 모습은 정말 거대합니다. 병풍책을 모두 펼쳐, 총 여덟 페이지를 사용해야만 그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를 겨우 담아낼 수 있습니다. 산처럼 보였던 그림은 신의 무릎이었고 거대한 발도 두 페이지에 걸쳐있습니다. 독자는 자신을 둘러 쌀 만큼 긴 페이지 속에서 마고할미의 힘을 느낍니다. 산이 작은 컵케이크처럼 보일 만큼 큰 그의 손을 통해 신의 능력을 상상합니다. 코팅된 종이와 스프링 제본으로 페이지를 가볍게 넘길 수 있고, 자주 접었다 폈다 해야 하는 이 책의 단점을 보완하며 내구성을 높입니다. 



마고할미는 우리나라 신으로 한반도를 만들었다고 책에서 소개됐지만 창조신의 타이틀을 얻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창조신은 땅뿐만 아니라 인간을 창조한 신을 일컫는데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창조신으로는 그리스도교의 야훼, 이집트 문명의 아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아누, 힌두교의 브라흐마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무(無)에서 하늘과 땅, 공기와 물, 해와 달,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 등 세상을 구성하는 것들을 만들어 낸 신화이자 종교의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마고할미 이야기에서는 그가 붙어있던 하늘과 땅을 분리해 냈지만 그곳에는 이미 해와 달이 존재하고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존재하는 하늘과 땅을 움직여 한라산, 만주 벌판, 백두산, 태백산맥 등 우리나라의 지형을 만들어 내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간에 대한 서술을 통해 마고할미 이전에 창조신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창조 신은 아니지만 드물게 여성신 혼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만들어 냈다는 점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책 뒤에 설명으로 덧붙여진 마고할미의 신의 지위 하락과 상실 부분은 마고할미 설화를 더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유용하게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 읽어가기에 다소 어색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유한 신화를 알 수 있는 <마고할미>였습니다.


오늘의 여행은 어떠셨나요? 주인공의 의미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었지요. 다음 주에도 새롭고 특별한 그림책 주인공을 소개해드리기 위해 여기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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