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감각적 표현
글 그림 솔 운두라가
그림책 공작소
2018
안녕하세요! 오늘의 여행지는 솔 운두라가의 <여름 안에서>입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여름. 대체공휴일로 연휴가 된 이번 주말도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도 부담스러운 이 시국에 색채 이론 (Colour Theory)을 통해 읽는 시원한 그림책 여행을 권해 드려 봅니다.
색채 이론이란 간단하게 색과 색 사이의 관계입니다. 작가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어 2018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색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표지를 보면 파랑, 빨강, 분홍, 노랑, 갈색 다섯 가지 색으로 바닷가에 있는 사람을 그렸습니다. 제목과 그림을 통해 이 책은 여름의 대표적 이미지인 바다를 주제로 하며, 이 다섯 색의 관계(난색(暖色), 한색(寒色))를 통해 시원함을 느끼게 할 것이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솔 운드라가가 얼마만큼 색을 잘 사용하였는지는 다음 세 펼친 페이지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첫 페이지는 배경을 원색이자 온색인 노란색으로 사용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빨간색, 분홍색 같은 온색 중심이지만 한색인 파란색을 포인트로 사용하였습니다. 원색(빨강, 파랑, 노랑)이 강한 인상을 주되 명도와 채도가 다른 분홍색과 갈색을 함께 배치하여 색의 강약을 조절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왼쪽의 밀집된 그림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겨가면 그림의 밀집도가 낮아지고, 그와 상반되게 노란색의 비율을 높아집니다. 그림의 밀집도와 주 색의 변화를 통해 독자는 이 페이지에서 여름의 태양과 더움을 상상하고 느낍니다.
두 번째 페이지에서는 온색인 분홍색이 노란색에 이어 주 색으로 등장합니다. 원색인 노란색과 달리 빨간색에 흰색을 섞어 명도를 높인 분홍색은 원색과 같은 강력함은 없지만 여전히 따뜻함을 담고 있습니다. 한색인 파란색은 이번에는 포인트 색이 아닌 화면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주 색의 위치로 변합니다. 이 페이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늘 또한 파란색이 아닌 분홍색으로 표현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분홍색 하늘과 땅, 그리고 이와 대치되지 않는 채도가 낮은 연갈색 산과 등대. 그 등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노란빛은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바다로 이끌어 푸른 바다의 시원함을 한층 더 높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페이지는 파란 바다 전경입니다. 지금까지 온색이 주도했던 화면을 파란색으로 전복시킴으로써 그 청량함을 빵 터뜨렸습니다. 작가는 독자의 시선을 모래사장에서 바다로 끌어와 여름의 뜨거움을 한 번에 해소될 수 있는 색의 관계와 비율을 세 페이지만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글보다는 그림으로 읽어낸 이번 그림책 여행을 통해 바다의 시원함을 탁월하게 느끼셨길 바라며, 다음 주 일요일에 또 다른 그림책으로 여행을 떠나봅시다.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