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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여행지 1]
괴물들이 사는 나라

글과 그림으로 확장된 상상력의 세계

by 해방자

Story and Pictures Maurice Sendak

A Red Fox Book

2013 (fiftieth anniversary paper back edition)


첫 번째 그림책 여행지 <Where the Wild Things Are>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고 번역된 모리스 샌닥의 대표작이에요. 글과 그림의 연계성이 뛰어난 책으로 그림책 읽는 즐거움을 알리기 좋은 예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원문(영어)으로 읽으면 그 맛을 더욱 풍부히 음미할 수 있지요. 우리의 여행을 영문판인 <Where the Wild Things Are>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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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도 보이듯이 수채화 위에 펜과 색연필로 보이는 텍스처를 입혀 그린 그림은 묘사 대상에 따른 질감 차이를 줄 뿐만 아니라 그림의 밀도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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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된 배경 위에 직선 텍스처가 들어간 현실 세계 속 주인공 맥스는 늑대 옷을 입은 장난꾸러기입니다. 맥스의 장난과 더불어 커져가는 상상력은 점점 커지는 그림의 크기를 통해 드러납니다. 심한 장난에 엄마는 맥스를 먹을 것 없이 방으로 쫓아내는 벌을 주고 맥스는 "I'll eat you up! (엄마를 잡아먹어버릴 테야!)"라고 외칩니다. 이 섬뜩한 말에 1963년 출간 당시 미국의 교육학자들에 의해서 금서로 지정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이 장면부터 대칭으로 이루어진 책의 구조로 시작되는데요. 상상력으로 세계로 떠났다 돌아오는 내용에서 보이는 문법 구조는 작가의 재밌는 묘사법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서술 방식을 통해서 과격한 맥스의 언어와 행동을 책이 끝난 후 새로이 해석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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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갇혀 펼친 페이지를 채워갈 정도로 쑥쑥 자라나는 맥스의 상상력. 그 상상력의 목적지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그곳은 밤 낮, 며칠, 몇 주, 꼬박 일 년 정도를 항해해야 할 만큼(Through night and day and in and out of weeks and almost over a year) 시간적으로도, 페이지를 2장을 쓸 만큼 물리적으로도 먼 곳입니다.


맥스가 도착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현실세계를 묘사하는데 쓰인 펜 같은 날카로운 직선 텍스처보단 부드러운 곡선을 이용해서 묘사하였는데요, 동그란 잎사귀의 나무들, 곱실거리는 털을 가진 무서운 괴물들은 손톱을 세우고 눈을 부라리며 맥스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다 표현되지 않은 괴물들의 모습은 의태어(roar, gnash, roll)와 반복적인 단어(terrible)를 사용해 운율감은 물론 그림과 글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적절히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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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의 상상력의 절정은 펼친 페이지를 가득 채운 괴물들과 뛰어놀며 신난 맥스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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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녁이 되자 맥스는 곧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someone loved him best of all)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여기에서 괴물들이 맥스에게 하는 말을 주목해봅시다. "Oh, please done't go-we'll eat you up-we love you so!(제발 가지 마. 널 잡아먹을 거야. 우린 널 너무 사랑한다고!" 괴물들은 사랑해서 잡아먹겠다고 외칩니다. 맥스의 상상력 속에서 잡아먹겠다는 사랑 한다라는 말과 같은 뜻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원망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말이 "잡아먹겠다"라는 맥스의 표현방식인 겁니다.


괴물들이 헤어질 때도 도착할 때 사용했던 의태어(roar, gnash, roll)와 단어(terrible)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현실 세계인 방으로의 항해는 어휘 순서를 반대로 하여 일 년, 몇 주, 며칠 (over a year and in and out of weeks and through a day) 동안 돌아오지만 이번엔 한 페이지만에 집으로 와 엄마가 많이 그리웠음을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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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는 방에서 엄마가 두고 간 저녁밥을 발견합니다.

말썽을 부려도 엄마가 맥스를 사랑하는 것을 암시하듯이

음식은 아직 따뜻합니다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여도 이 그림책은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와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Where the Wild Things Are>는 금서에서 해지되고 2012년 미국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될 만큼 글과 그림의 구성면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훌륭한 면과 명성을 따라 이 그림책의 핵심표현인 "(사랑하니까) 잡아먹을 거야"라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남자아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주인공이 남자아이이기 때문이다'또는 작가의 작품성 있는 표현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져야 할지엔 물음표를 제시하고 싶네요. 출판이 된 지 5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독자들은 맥스의 '엄마를 잡아먹어버릴 테야'라는 표현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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