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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방자 Aug 08. 2021

[그림책 여행지 1]
괴물들이 사는 나라

글과 그림으로 확장된 상상력의 세계

Story and Pictures Maurice Sendak

A Red Fox Book

2013 (fiftieth anniversary paper back edition)


첫 번째 그림책 여행지 <Where the Wild Things Are>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고 번역된 모리스 샌닥의 대표작이에요. 글과 그림의 연계성이 뛰어난 책으로 그림책 읽는 즐거움을 알리기 좋은 예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원문(영어)으로 읽으면 그 맛을 더욱 풍부히 음미할 수 있지요. 우리의 여행을 영문판인 <Where the Wild Things Are>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표지에서도 보이듯이 수채화 위에 펜과 색연필로 보이는 텍스처를 입혀 그린 그림은 묘사 대상에 따른 질감 차이를 줄 뿐만 아니라 그림의 밀도도 높였습니다.

채색된 배경 위에 직선 텍스처가 들어간 현실 세계 속 주인공 맥스는 늑대 옷을 입은 장난꾸러기입니다. 맥스의 장난과 더불어 커져가는 상상력은 점점 커지는 그림의 크기를 통해 드러납니다. 심한 장난에 엄마는 맥스를 먹을 것 없이 방으로 쫓아내는 벌을 주고 맥스는 "I'll eat you up! (엄마를 잡아먹어버릴 테야!)"라고 외칩니다. 이 섬뜩한 말에 1963년 출간 당시 미국의 교육학자들에 의해서 금서로 지정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이 장면부터 대칭으로 이루어진 책의 구조로 시작되는데요. 상상력으로 세계로 떠났다 돌아오는 내용에서 보이는 문법 구조는 작가의 재밌는 묘사법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서술 방식을 통해서 과격한 맥스의 언어와 행동을 책이 끝난 후 새로이 해석해봅시다.

방 안에 갇혀 펼친 페이지를 채워갈 정도로 쑥쑥 자라나는 맥스의 상상력. 그 상상력의 목적지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그곳은 밤 낮, 며칠, 몇 주, 꼬박 일 년 정도를 항해해야 할 만큼(Through night and day and in and out of weeks and almost over a year) 시간적으로도, 페이지를 2장을 쓸 만큼 물리적으로도 먼 곳입니다.


맥스가 도착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현실세계를 묘사하는데 쓰인 펜 같은 날카로운 직선 텍스처보단 부드러운 곡선을 이용해서 묘사하였는데요, 동그란 잎사귀의 나무들, 곱실거리는 털을 가진 무서운 괴물들은 손톱을 세우고 눈을 부라리며 맥스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다 표현되지 않은 괴물들의 모습은 의태어(roar, gnash, roll)와 반복적인 단어(terrible)를 사용해 운율감은 물론 그림과 글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적절히 이루었습니다.

맥스의 상상력의 절정은 펼친 페이지를 가득 채운 괴물들과 뛰어놀며 신난 맥스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맥스는 곧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someone loved him best of all)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여기에서 괴물들이 맥스에게 하는 말을 주목해봅시다. "Oh, please done't go-we'll eat you up-we love you so!(제발 가지 마. 널 잡아먹을 거야. 우린 널 너무 사랑한다고!" 괴물들은 사랑해서 잡아먹겠다고 외칩니다. 맥스의 상상력 속에서 잡아먹겠다는 사랑 한다라는 말과 같은 뜻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원망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말이 "잡아먹겠다"라는 맥스의 표현방식인 겁니다. 


괴물들이 헤어질 때도 도착할 때 사용했던 의태어(roar, gnash, roll)와 단어(terrible)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현실 세계인 방으로의 항해는 어휘 순서를 반대로 하여  일 년, 몇 주, 며칠 (over a year and in and out of weeks and through a day) 동안 돌아오지만 이번엔 한 페이지만에 집으로 와 엄마가 많이 그리웠음을 표현합니다.

맥스는 방에서 엄마가 두고 간 저녁밥을 발견합니다. 

말썽을 부려도 엄마가 맥스를 사랑하는 것을 암시하듯이

음식은 아직 따뜻합니다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여도 이 그림책은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와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Where the Wild Things Are>는 금서에서 해지되고 2012년 미국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될 만큼 글과 그림의 구성면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훌륭한 면과 명성을 따라 이 그림책의 핵심표현인 "(사랑하니까) 잡아먹을 거야"라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남자아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주인공이 남자아이이기 때문이다'또는 작가의 작품성 있는 표현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져야 할지엔 물음표를 제시하고 싶네요. 출판이 된 지 5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독자들은 맥스의 '엄마를 잡아먹어버릴 테야'라는 표현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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