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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방자 Aug 22. 2021

[그림책 여행지 3] 아쿠아리움

조용하지만 명확한 내러티브의 전달

글그림 신사아 알론소

a9press

2019


안녕하세요 그림책 여행자 여러분!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계신가요? 지난 여행지에서는 우리는 글 그림이 함께 있지만 그림을 위주로 색채 이론과 함께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이번 주에는 글이 없는 그림책, Silent Book을 방문해 보려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신사아 알론소의 <아쿠아리움>입니다. 이 책은 모국어와 언어능력과 상관없이 만국의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2019년 IBBY(The International Board on Books for Young People)에 선정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표지를 자세해 살펴보겠습니다. 제목의 아쿠아리움은 사전적 의미로 물속에 사는 동식물을 넣어 두는 대형 수족관을 말하지요. 하지만 그림에서는 물가에 있는 주인공과 빨간 물고기가 보입니다. 이 두 표현의 간극은 독자가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수족관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상상하고 기대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면지(font endpaper)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어항 속에 담긴 물고기는 표지에 나온 자연 속에서 살고 있던 빨간색 물고기를 주인공이 아쿠아리움(어항)에 넣는다는 사건의 전개를 유추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하게 만들지요. 마치 영화의 예고편처럼요. 


그럼, 본 내용을 통해 물고기와 주인공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림만으로 전개되는지 함께 살펴봅시다.


지난 여행지에서처럼 <아쿠아리움>을 색채 이론적으로 먼저 보자면, 질감 있는 온색인 분홍색, 노란색, 한색인 하늘색, 파란색을 활용해 여름의 더움과 물가의 시원함을 함께 보여주는 색의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인트 색인 붉은색은 주인공 물고기와 주인공의 옷에 그려진 물고기 패턴에 사용되었습니다. 


글이 없는 책이다 보니 내용의 전개가 느리지만,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진행됩니다. 지루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느린 전개를 작가는 화면의 줌 인 아웃과 각도, 인물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활용해 해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목 페이지에서 등장하는 강이 흐르는 마을에서부터 주인공이 집을 나와 강가로 가기 까지, 화면이 페이지가 진행하는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하며 인물이 손톱만 하게 보이는 원경부터 얼굴이 한 페이지에 가득 차는 근경까지 줌 인이 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주인공의 특징을 글자 대신 가지고 있는 소품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물고기 패턴의 원피스에 물고기 모양 머리핀을 한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주인공이 물고기를 아주 좋아한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그리고 있는 아쿠아리움의 꿈을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상상력이라는 의미에서 머리카락의 색과 같은 푸른색 물속에서 물고기들과 시원하게 헤엄치는 모습으로 나타냈습니다.


우연히 뭍으로 튀어나온 빨간 물고기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 집을 수족관으로 꾸미는 모습은 세장에 걸쳐 표현됩니다. 동일한 거실 배경을 활용하지만 주인공의 부산한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함으로써 내용의 전개의 설득력은 높이고 지루함은 덜어냈습니다.


상상으로 그리고 있던 물고기와 함께 놀 수 있는 아쿠아리움을 직접 구현해낸 풀 수영장. 그리고 그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 그 물고기가 호스에서 나온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을 보고 주인공은 자신의 옷에 그려진 물고기 떼의 한 마리로 인식합니다. 주인공의 물고기 패턴 옷이 주인공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깨달음에 도움을 주는 작가의 의도적 기제였던 것이죠. 또한 이 과정은 주인공의 빠른 움직임과 함께 고조된 갈등과 감정의 속도에 쉼표를 찍는 역할을 합니다. 주인공이 고요하게 물속에서 있는 빨간 물고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냄으로써,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이기심이 아닌 조화와 인정이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면지(back endpapers)에서 빨간 물고기와 바다에서 함께 헤엄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첫 번째 면지의 아쿠아리움과 대조되며 이 책의 주제를 더욱 뚜렷하게 알려줍니다. 책의 묘사 그대로 타임라인에 올려두면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진행된 이야기는 글이 없어도 읽을 수 있음은 물론 그 속에 다각도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고자 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생각하게 하는 <아쿠아리움> 여행은 어떠셨나요? 찬찬히 읽어가는 그림책 여행에 여러분도 생각할 거리와 즐거움을 느끼셨길 바라며, 저는 다음 주 일요일에 다른 여행지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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