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스타그램 중독자다. 사진을 찍을 때면 인스타그램에 어떤 모습으로 올라갈지 상상하고, 더 예쁜 각도를 구상하며, 다른 사람의 인스타도 열심히 염탐하고는 한다. 한번 핸드폰 화면을 열면 한시간 두시간은 거뜬히 지나갈 정도로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다. 근데 문득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싫게 느껴졌다. 가족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식사 시간에도 누구 한명이 핸드폰을 들면 그대로 다른 한명도 핸드폰을 들고 각자의 핸드폰 세상으로 빠져든다. 그러고는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면 식탁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핸드폰을 보는 것이 유독 유익하다거나 실질적으로 머리에 무언가가 남는다거나 행복감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게 너무 이상해서 좀 찾아봤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를 보며 스크롤을 내리면 뇌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주는데, 그게 도파민을 분비시키면서 우리를 중독시킨다. 예전에 쥐 뇌자극 실험에서 우연히 어떤 자극을 받은 쥐가 계속해서 전기신호를 누르는 줄을 당겼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쥐가 줄을 당기는 것 처럼 스크롤을 내리고 있다.
내가 느끼는 진짜 문제는 오랫동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을수록 머리가 멍해지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잊게 만드는 것이다.
네이버에 무언가를 검색하려고 할 때, '어.. 나 뭘 검색하려고 했더라?' 라고 까먹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 처럼 문득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잊게 만든다.
그건 생각보다 너무 심각한 문제인게,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모든 것을 원하게 된다. sns에서 누군가가 맛있는 음식 사진을 올리면 그게 진짜 먹고 싶었던 음식인 것 처럼 그 음식이 땡기고, 예쁜 카페를 올리면 나도 그곳에 가서 커피를 마셔야만 될 것 같고, 누구보다 예쁜 셀카를 올리고 멋진 공간에 가야하고, 멋진 음식을 먹어야하고, 또 더한 커리어를 쌓아야하고. 그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끝없이 욕망하게 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멈추고 싶었다. 잠시 핸드폰과 멀어진 후 내 내면을 더욱 들여다보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시간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 하고, 제주도로 한달살이를 떠나왔다.
매일 15분 동안 타이머를 맞춰놓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요가를 했다. 정원을 바라보며 명상도 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고 내 안에 가슴답답증이 여전하지만 조금은 나를 돌아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쉬는 와중에 너무 좋아보이는 공연의 오디션 공고를 봤는데,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지원했을 것을 지금은 잠시 멈춰서 나에게 이게 정말 필요한것인지 되물었다. 명상을 해보니 나에게 더 필요한건 그것 보다는 제주에서의 쉼의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 그 공연 안하고싶어. 근데 그 공연이 내 생각보다 너무 좋은 공연일까봐 무서워. 그걸 하고 있는 누군가가 너무 부러울까봐.' 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눈물도 두어방울 났다.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나는 이런 마음을 너무도 쉽게 무시하고 그래도 해야지. 했었던 것 같다. 남들에게 뒤쳐지면 안되니까, 나의 커리어를 쌓고 계속해서 삶을 주체적으로 나아가야하니까 내 스스로 지금 힘든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압박하고 몰아세웠다. 그걸 알고 나니 내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지금 이 쉼을 선택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시간을 아주 잘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난 후에도 제주에서의 평화로운 시간 속에 문득 문득 '나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걸까..' 라는 자조적인 생각이 몰려오곤 한다. 평화로운 곳에 있으면 마음에 평화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역시 마음의 평화는 장소와는 상관 없는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남은 제주에서의 시간 동안, '이러고 있어도 되는구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싶다. 아주 아주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