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가을. 시작


모순

정말 좋아하던 사람

짧은 시간에 그 누구보다도 가까워지고

장난스럽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진대한 가족 이야기들까지

모든걸 공유하던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도 옆에 있으면 그냥 포근한 사이였다


근데 참 모순인게

가까이 둘수록, 우리는 더 멀어져만 가는거 같았다

다시 되돌아가려 할수록, 초반의 그 사이에서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많이 좋아할수록 금방 실망해서 많이 미워해지게 된거다



나르시즘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주변사람들

나 조차도 나를 의심하게 되는 요즘

계속 머릿속으로 되새긴다


자신감은 바닥나고

자기혐오가 극치에 도달하던


그 어떤 경우라도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나 자신임을 잊지 말자고


어느 정도의 나르시즘은 필요하다



결핍의 축복

모든 것이 때로는 후회의 집적이 된다

왜 그때는 그러지 못했을까? 왜 충분히 잘 해내지 못했을까?

요즘 하루하루가 이렇게 어리석은 날들의 기록이 된다


하지만 그런 날들에도 남는 것이 있고 보람이 있게 마련이다

결핍의 축복인 것이다

나쁜 일, 힘든 일이 있기에 좋은 일, 성취도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703번

배차간격 20분 버스를

1분 차이로 놓쳤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끈적이고 화만 나는 상황


그때 떠올린다


다음 버스는 오고

그다음에 오는 버스가 때로는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덜 북적이는 사람들과

자리를 양보하고 할머니께 받는 칭찬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감

남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의 생각이나 말투, 행동들을 따라 하곤 한다.

남을 감시하고 관찰하며 천천히 변하고

서서히 그들의 생활과 삶에 동화된다.


이런 생각이 들수록 의구심이 든다

내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괜찮은 사람일까

남들에게 사랑을 받고, 모방의 대상이 될 만큼 가치있는 사람인가?


내 주변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 될 수 있게

난 아름다운 색깔로 그들을 물들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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