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 전략의 발견
가능한 투자법을 찾아서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재테크 책은 깊이가 얕았다. 알고 있는 내용을 반복하거나, 실전에서는 쓸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어떤 책은 '이 종목을 사라'며 구체적인 종목을 추천하기도 했다. 몇 년 후 그 종목들을 찾아보니 대부분은 수익률이 형편없었고, 심지어 상장폐지된 종목도 있었다. 어떤 책은 저자의 성공담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때 잘 팔아서 10배 벌었다'는 식의 이야기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과거였다. 내가 따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었다.
피터 린치, 데이비드 드레먼 같은 해외 투자 대가들의 책도 모조리 읽었다. 분명 훌륭한 내용이었지만, 그들의 방식은 나에게는 너무 멀었다. 기업 탐방, 산업 분석, 내부 정보... 이건 전업 투자자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지방 공무원이었다.
운명 같았던 한 권의 책
그러다, 김성일 작가의『마법의 돈 굴리기』를 만났다. 이 책은 달랐다. 읽으면서 처음으로 '이건 내가 따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수 추종 ETF를 중심으로 주식, 채권, 금, 현금을 일정 비율로 분산하는 자산배분 전략. 복잡하지 않았다. 단순했고, 그래서 강했다.
나는 개별주 투자에서 늘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수익이 나도 금방 팔았고, 변동성 앞에서는 목돈을 넣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이 전략은 달랐다. 심리적으로 버틸 수 있는 구조였고,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전략이었다. 당장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를 시작했다. 떨렸다. 한 줄기 빛이 보였다.
뒤이어 나온『마법의 연금 굴리기』도 바로 읽었다.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열고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오래된 정답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도 더 많은 책을 읽었다. 지식이 쌓이자, 더 두껍고 복잡해 보이는 책들도 읽게 됐다.
해외 투자 대가들의 저서, 이론서, 고전 같은 것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결론은 비슷했다.
제러미 시겔의『주식에 장기투자하라』, 바턴 말킬의『랜덤워크 투자 수업』 같은 책들은 초판이 나온 지가 각각 30년, 50년이나 된 책들이었다.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책의 자료들은 최신으로 업데이트되었지만, 초판이나 최신판이나 핵심 메시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시장 전체를 사라. 한 자산에 몰빵하지 마라. 리밸런싱 해라. 장기적으로 가라.'
수십 년 전부터 정답은 이미 나와 있었던 거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었다.
10분 투자 시스템의 탄생
투자 시장도 점점 개인투자자에게 우호적으로 변해갔다. ETF는 점점 더 다양해졌고, 중개형 ISA도 출시됐다. 나는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다양한 계좌에 투자했고, 점점 복잡해져 갔다. 초반에는 계좌별로 포트폴리오를 나눠 손으로 계산하며 매매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리의 복잡함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계좌를 통합해서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날 밤, 엑셀을 열어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수동으로 현재가를 입력하는 단순한 시트였다. 하지만 점점 욕심이 생겼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알게 되고 코딩도 익혔다. 자동화 함수까지 직접 만들었다. 현재가 자동 업데이트, 리밸런싱 신호도 보내주는 시스템을 스스로 구축했다.
이제는 매달 투자액만 입력하면 10분 만에 매매가 끝난다. 직장 동료에게 보여줬더니, “이거 팔아도 되겠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운명처럼 만난 세금의 세계
그 무렵, 아버지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도와드리게 됐다. 아버지는 특정분야의 기술사를 두 개나 보유한, 전문서적도 집필한 전문가다. 회사 고문직, 강사, 컨설팅까지 다양한 일을 하신다. 그래서 소득구조가 복잡했다.
공적 연금을 수령했기 때문에 연금소득이 있었고, 회사 고문직으로 버는 돈은 근로소득에 속했다. 강사로 버는 돈은 대부분이 기타소득, 컨설팅으로 버는 돈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되었다. 즉, 연금소득, 근로소득, 사업소득, 기타소득이 다 있었다.
첫 종합소득신고할 때 무지 상태에서 세무서를 같이 찾아갔다. 담당 공무원은 친절하게 신고를 대행해 주었지만, 그 직원이 설명하는 내용을 거의 못 알아듣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그날 이후 세금 공부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복잡한 사례로 배우다 보니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홈택스 신고 화면을 수시로 들어가서 체계를 공부했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실수로 잘못 입력해서 세무서 공무원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점점 더 세금 관련 지식이 늘어갔다. 그 후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내가 직접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금 인출 시 절세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같은 돈을 인출해도 세금을 수백만 원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이점을 맞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재테크 책들이 새롭지 않았다.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측됐다. 500권 넘게 읽다 보니 패턴이 보였다.
하지만 한 가지 발견했다. 연금 인출 전략에 대한 책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투자 이야기는 넘쳐났지만, 세금과 결합된 인출 전략은 찾기 어려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금은 완전히 다른 전문 영역이었다. 투자 전문가들도 종종 틀렸다.
실제로 김성일 작가의 유튜브 영상에서 세금 관련 설명에 오류를 발견하고 정정 댓글을 단 적도 있다. 존경하는 작가였지만, 세금 부분만큼은 내가 더 정확했다.
그때 깨달았다.
투자와 세금을 동시에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내가 쓸 수 있는 책의 차별화 포인트라는 것을.
연금 계좌에 투자하는 방법은 이미 많은 책에서 다뤘다. 하지만 연금을 똑똑하게 빼는 방법,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목표 수익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만든 구글 스프레드 시스템도 공유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