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재테크 책 쓴 이야기 3 : 책으로 내봐?

브런치와의 만남

by CㅇSMㅇS

육아에 전력투구

2019년, 딸이 태어났다. 내 인생에 가장 크고 예측 불가능한 종목이 상장됐다.

육아는 쉽지 않았다. 책 쓸 시간은커녕,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삶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로 옮겨졌다. 아이를 키우며 육아 공부도 병행했다. 애착 형성, 수면 교육, 이중 언어 교육 등. 그리고 결심했다.

만 3세까지 가정보육을 하자.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고, 기적 같았다. 만 3세까지 딸은 말 그대로 '진화'했다. 그 순간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마침 아내가 맘스 다이어리라는 사이트에 육아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 사이트는 100일 동안 쉬지 않고 일기를 쓰면, 책을 출판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바통을 물려받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째 이어오고 있다.

매일 일기를 쓰다 보니, 글쓰기가 점점 즐거워졌다. 일기를 쓰며 아이를 이해했고, 하루를 반성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나도 함께 성장했다.

육아는 투자와 매우 닮았다. 바로바로 티 나는 건 없고,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일상이지만 꾸준히, 매일, 똑같은 마음으로 반복하는 것. 그건 투자와 같았고, 결국 삶과도 닮아 있었다.


형님 책 쓰세요
2023년 복직 후, 직장 동료들에게 슬쩍 이야기를 꺼냈다. ETF, 자산배분, 연금계좌, 종합소득세 절세 전략까지. 하지만 반응은 의외로 미지근했다.

“나는 무서워서 주식 같은 거 못 해.”, “공무원이 무슨 투자를 해. 연금 잘 나올 텐데”
답답했다. 누군가는 아예 모르고, 누군가는 잘못 알고 있었다. 진짜는 조용히 숨어 있었다.
그래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소 귀에 경 읽기 대신, 진짜 관심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소수로 시작한 방은 점점 진지해졌다. ETF 분산 전략, 연금 운용 노하우, 세금 신고 경험담. 내가 직접 부딪히며 정리해 둔 내용들을 꾸준히 공유했다. 질문이 오고, 토론이 오갔다.
어느 날 누군가 말했다.
“형님 책 쓰세요.”
그 말이 처음엔 농담처럼 들렸지만,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전자책으로 내볼까?

하지만 곧 현실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증권사 직원도 아니고, 금융 관련 자격증도 하나 없는, 내세울 만한 건 금융과는 전혀 상관없는 외국어 자격증들뿐.

공무원 출신, 금융 무스펙자. 이런 내가 쓴 재테크 글을 출판사가 관심 있어할까?

그러다 전자책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PDF로 만들어 크몽 같은 플랫폼에 올리면 판매가 가능했고, 나는 관련 책도 몇 권 도서관에서 빌려 공부했다.
실물 도서 출판은 엄두도 못 내고, 그냥 PDF로 정리해서 조용히 나눌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고통스러웠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서너 시간씩 연달아 쓰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며칠째 한 줄도 못 쓰고 슬럼프에 빠졌다. 머릿속엔 분명 할 말이 있는데, 막상 글로 써내려가니 뭔가 어색하고 부족했다.

그렇게 원고의 반 정도를 썼을 때였다.

브런치와의 만남

종종 브런치의 글을 읽긴 했지만, 대부분이 에세이라 정보전달 중심인 내 글은 브런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브런치 작가 신청 페이지를 보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인 줄 알았는데, 작가 신청을 먼저 하고 회사에서 선정을 해줘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흥미로웠다. 내 글이 브런치 작가 기준에 부합할까? 호기심에 원고 반 정도 첨부해서 신청서를 썼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다. 에세이 위주인 브런치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고, 검색해 보니 "브런치 작가 3수, 4수만에 붙음!" 같은 후기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번에 붙었다. 기뻤다.

그리고 마음이 달라졌다. “정말 연재를 해서, 책까지 만들어보자.”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연재를 시작한 건,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글이 인터넷에 공개된다는 압박감은 컸다. 첫 글을 쓰는 데 사흘이나 걸렸다.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초고는 거의 갈아엎다시피 하며 퀄리티를 다듬었다.

헤밍웨이의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이 그렇게 공감될 수가 없었다.
그냥 전자책으로만 끝냈다면 이런 식의 정돈된 흐름과 밀도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연재된다는 것이 글의 완성도를 확 끌어올려줬다.

완성된 원고, 그리고 출판사로
글이 쌓였다. 생각보다 빠르게 분량이 늘어났고, 한 편 한 편 연재할수록 자산배분의 이해, 스프레드시트 예시, 세금 실무까지 하나의 체계가 되어갔다.
문득 글자 수를 확인해 보니 웬만한 단행본 분량은 이미 넘어서 있었다.

"이 정도면 투고해 볼 만하지 않을까?"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가보자. 그리고 딸의 존재는 내게 더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욕구에 불을 지폈다. 무명의 공무원 아빠보다는, 네이버에 이름 석 자 검색하면 나오는 작가 아빠가 더 때깔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정리했다. 출간기획서도 만들고, 출판사 리스트도 뽑았다. 출판사에서 관심을 가지든 말든,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전화가 왔다.
어느 목요일 밤. 연금 투자 관련 도서를 출간한 출판사를 검색해서 메일 주소를 수집하고, 차례대로 투고를 시작했다.

메일을 보내다 웃음이 났다.

"삶은 정말 알 수 없구나, 내가 출판 제안 메일을 보내는 날이 오다니."

첫 번째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한 시간쯤 지나고, 놀랍게도 휴대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ㅇㅇㅇ출판사 주필입니다. 투고 메일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통화 괜찮으신가요?"

심장이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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