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재테크 책 쓴 이야기 5 : 출판사와의 미팅

극과 극이었던 출판사

by CㅇSMㅇS

잠 못 이루는 밤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긴장되어 전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 계속되는 거절 메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SNS 팔로워 수가 얼마나 되시나요?", "기존 독자층이 있으신가요?" 출판사들은 한결같이 내 영향력을 묻고 있었다. 즉, '이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지, 책이 나오면 얼마나 팔릴 것인지'가 그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출판계 사정을 알아갈수록 현실이 보였다. 보통 1쇄는 2,000~3,000부가 찍히는데, 이게 다 팔려야 증쇄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이 1쇄에서 끝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몇몇 출판사와는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내 프로필과 홍보 전략을 요구해서 한참을 써서 보냈지만 그 뒤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힘이 빠졌다.

'책은 작가가 파는 것이지 출판사가 팔아주는 게 아니구나.' 이래저래 많이 배운 셈이었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점점 더 마음이 위축되었다. '내 책이 정말 나올 수 있을까?' 안 되면 전자책 출판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종이책으로 출판하고 싶은 욕구가 커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출판사와 미팅하는 날이 다가왔다. 두 군데 출판사와 같은 날에 만나기로 했다. 서울에 올라가는 KTX 비용과 시간만 날리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전부 경험 아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챙겼다. 전에 작성했던 홍보 전략 자료도 챙겼다.


예상치 못한 환대

오전 11시, 내 책을 세무사에게 감수까지 맡기며 관심을 보여준 출판사를 찾았다. 간단히 인사하고 사무실에 들어가니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이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꽂혀 있었고, 책상 위도 말끔했다.

"먼저 저희가 출간한 책들을 소개해드릴게요."

대표님은 6권의 책을 건네주며 회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한 권 한 권 설명하는 모습에서 좋은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보낸 원고를 펼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출간기획서의 짧은 자기소개만 봤는데도 몇 개 키워드가 보이더라고요. 이걸 엮으면 정말 좋은 콘셉트가 나올 것 같은데요."

그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 장점을 단숨에 꿰뚫어 본 것이다. 이어서 나온 구체적인 기획안을 들어보니 '이거다!' 싶었다. 내가 추가로 쓴 글을 더 보고 싶다고 하셨고, "인물이 좋으시네요"라며 사진까지 찍으셨다.

"점심 식사도 같이 하시죠."

하지만 12시 30분에 다른 출판사와 미팅이 있어서 아쉽게 헤어져야 했다.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대박이야! 출판사에서 내 책에 엄청 관심 보이고, 콘셉트도 정해줬는데 나랑 완전 잘 맞는 것 같아!"

"역시 전문가가 다르네. 아이디어가 정말 좋다!"

아내의 목소리에서도 기쁨이 묻어났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현실의 냉혹함

다음 출판사로 향했다. 첫 번째 미팅이 너무 좋았기에 마음은 이미 기울어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만나보자' 는 마음이었다. 초행길이라 길을 헤맸고, 경사진 골목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갔다.

도착한 사무실은 첫 번째와는 정반대였다. 수많은 책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책장에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책상에도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좁은 공간에서 대화가 시작됐다.

정말 실망스러웠다.

내가 보낸 원고를 읽지도 않았다. 출간기획서만 대충 훑어보더니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글 파일로 103페이지면 얇은 시집 수준밖에 안 되는데요."

"103페이지면 시집 수준이라고요?"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러더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뭔가 확인하고 나와서는 말을 바꿨다.

"아, 아니네요. 이 정도 분량이면 단행본으로 250쪽 정도 되겠네요. 그런데 요즘 종이값이 비싸서 제작비가 만만치 않아요."

이런저런 핑계를 늘어놓더니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협력출판을 제안합니다. 책이 나오면 500권은 작가님이 사셔야 해요."

그 순간 혈압이 치솟았다. 사실 이런 협력출판 제안은 메일로도 수없이 받았다. 그런데 무슨 사람을 서울까지 불러놓고 이런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오전에 있었던 좋은 일이 내 이성을 붙잡았다. '그래, 다 경험이지.'

상대방은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금액을 제시했다.

"약 630만 원입니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사회생활로 단련된 미소를 지으며 "생각해보겠습니다" 라고 했다.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지만 대충 얼버무리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기분이 상해 혼자서 욕을 중얼거렸다. '애초에 이 출판사를 만나지 말고 첫 번째 출판사 대표와 점심 먹으며 대화를 더 나눴더라면...'


To be continued

혼자서 점심을 먹으며 첫 번째 출판사에서 받은 책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만듦새가 훌륭하고 구성도 인쇄 품질도 좋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KTX 안에서 새로 제안받은 콘셉트로 프롤로그 초안을 썼다. 집에 와서도 딸을 재우고 밤늦게까지 자료를 찾아가며 프롤로그를 완성했다. 영감이 생생할 때 뭔가를 완성하고 싶었다.

다음 날, 출판사에 내가 쓴 다른 글과 함께 새로 쓴 프롤로그를 보냈다. 그리고 "함께 작업하고 싶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대표님은 내가 보낸 글들을 읽으면서 또 다른 구상을 시작하겠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아직 계약서에 사인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출판이라는 꿈이 한 발 가까워졌고, 내 글에 대한 확신도 더 커졌다.

서울에서의 하루, 두 출판사. 냉탕과 온탕을 오갔지만, 분명한 건 하나.
나는 계속 쓴다. 그리고, 결국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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