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프라이부르크, 검은 숲
국경 두 번 넘고 아우토반 150km/h
오늘은 국경을 두 번이나 넘는 날이다. 스위스에서 독일을 거쳐 프랑스 콜마르로 가는 미친 동선. 독일에 진입하자마자 그 유명한 아우토반이 열렸다. 속도 무제한 구간, 이거 남자의 로망 아니던가. 한국에서 이렇게 밟았으면 당장 과태료 고지서 날아오고 시말서 썼겠지만, 여기선 합법이다. 안전을 확보하고 재미 삼아 150km/h까지 밟아봤다. 차가 묵직하게 깔리며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기스 나도 풀커버 되는 푸조 리스하길 정말 잘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찬물 샤워의 배신
프랑스 콜마르에 도착했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곳이라는데, 정말 동화 속 풍경 그대로였다. 아기자기한 목조 건물들이 운하를 끼고 늘어서 있어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드라이브하며 작은 자유의 여신상도 봤다. 뉴욕에 있는 걸 만든 조각가 바르톨디의 고향이 여기란다. 주차장 앞 놀이터에서 아이를 실컷 놀리고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 첫인상은 괜찮았다. 그런데 씻으려고 물을 틀었는데 온수가 안 나온다. 설마 나오겠지 하고 1시간을 발가벗고 기다려도 여전히 얼음장이다. 하울 이 자식이 온수까지 훔쳐 갔나.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아내가 호스트에게 연락해 따지니 사람을 두 명이나 보냈는데도 고치질 못한다.
결국 나는 상남자답게 찬물 샤워를 강행했다. 으아악!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아내는 에어비앤비 고객센터랑 싸우느라 진을 뺐고, 피곤해하는 아이를 재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름다운 동화 마을 콜마르의 밤은 내 비명소리와 차가운 물벼락으로 깊어갔다.
비 오는 콜마르와 세계일주 대수술
다음 날 비가 내렸다. 다행히 어제의 그 끔찍했던 찬물 샤워의 저주는 풀렸는지 온수는 잘 나온다. 비도 오고 피로도 쌓인 김에 오늘은 숙소에서 하루 종일 여행 계획을 짜고 예약만 하는 대수술의 날로 정했다.
먼저 굵직한 비행기 표부터 전부 해치웠다.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에서 하와이, 하와이에서 도쿄, 그리고 도쿄에서 대구까지. 험난한 하루였다. 뉴욕에서 워싱턴 가는 기차 예매도 완료했다. 아내는 런던, 독일, 그리고 하와이 숙소까지 릴레이로 예약했다. 우버랑 리프트 앱도 깔고 세팅을 마쳤다.
아이는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려는지 엄청 늦잠을 잤다. 기침을 좀 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문제는 스트레스였다. 아내가 끝없는 숙소 예약의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사탕을 하나 까먹었는데, 아이가 그걸 보고 왜 혼자 먹냐며 취조하듯 따져 물었다. 안 그래도 예약 지옥에 빠져있던 아내가 폭발해서 아이에게 화를 내버렸다. 콜마르 한복판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질 뻔했다. 결국 분위기 환기를 위해 내가 아이를 데리고 둘이서 산책을 나갔다. 장기 여행이 주는 피로도가 가족의 신경을 제대로 곤두서게 만든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와의 기싸움, 그리고 야채참치
산책을 마치고 차를 좀 빼려는데, 이번엔 차고 앞에 웬 트레일러 같은 게 길을 막고 있었다. 아내가 호스트에게 연락하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자기도 모른다. 너희가 운이 없는 거다라는 식의 태도. 화가 단단히 난 아내가 에어비앤비 측에 강력하게 클레임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그제야 부랴부랴 사람이 와서 트레일러를 치워줬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선 클레임과 금융 치료가 답이다. 이 집에서 정말 별일을 다 겪는다.
다행히 아내가 창밖으로 뜬 무지개를 발견하면서 기분이 좀 풀렸고, 나는 그 틈을 타 모녀를 극적으로 화해시켰다. 진이 쏙 빠진 하루의 마무리는 밥에 비벼 먹는 야채참치였다. 유럽 한복판에서 먹는 통조림 야채참치 비빔밥은 미슐랭 3스타 뺨치는 꿀맛이었다. 파리랑 LA 일정만 짜면 큰 산은 넘는다. 일본이야 눈 감고도 돌아다니는 내 안방처럼 쉬우니까.
디즈니 없는 에귀솅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찍먹
다음 날, 프랑스의 에귀솅으로 향하는 길에 또 예쁜 무지개가 떴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배경 모티브가 된 마을이라는데 정말 예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기는 디즈니 캐릭터를 가져다 장사하는 얄팍한 짓을 하지 않더라. 우리나라였으면 미녀 솜사탕에 야수 탕후루 팔고 난리 났을 텐데, 자신들의 마을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구경을 마치고 바로 국경을 넘어 다시 독일로 들어갔다. 도착한 프라이부르크는 주말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맥도날드에서 대충 점심을 때우고 도시를 한 바퀴 걸어봤는데, 솔직히 감흥은 쏘쏘였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절한 현지 중년 부부와 짧게 대화를 나눈 것이 그나마 기억에 남는다.
검은 숲과 출렁다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독일의 검은 숲(Schwarzwald) 드라이브 코스에 접어들었다. 비가 오니 오히려 더 운치가 있다. 어느 폭포 쪽에 도착했는데 거대한 출렁다리가 보였다. 아이도 차에서 잠들어버렸고 솔직히 입장료도 아낄 겸 가성비 마인드로 그냥 패스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다리의 웅장함을 보니 이건 돈 아낄 타이밍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검은 숲의 풍경은 장관 그 자체였다.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같은 동화들이 왜 이런 음침하고도 신비로운 숲을 배경으로 탄생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숲이 너무 울창해서 빵 부스러기 흘려놔도 1초 만에 썩어 없어질 것 같았다. 폭포도 아주 훌륭했다. 몇 푼 아끼겠다고 안 보고 그냥 지나쳤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모두가 "지방은 끝났다",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고 말할 때, 저는 이 변두리 소도시를 저만의 든든한 '자본주의 베이스캠프'로 개조했습니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온전히 누리며, 80일간의 가족 세계일주를 완주해 낸 현실적인 실전 생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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