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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Feb 23. 2020

문라이트(2016)

- 누구보다 파란빛으로 세상을 온전히 물들이다

 - 아트나이너 11기에 지원할때 조마조마하면서 올렸던, <문라이트> 리뷰 작성글. 

   정말 기대를 안했던 터라 합격 문자가 왔을 때 집안을 뛰어다니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ㅋㅋ




‘달빛 아래에 있을 때, 우리는 모두 파란빛으로 물든다.’, 처음엔 너무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에 와닿으면서 큰 울림을 주는 말이다. 어쩌면 그저 한 사람의 연대기를 쭉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일 수도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물결처럼 잔잔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그의 삶이 보인다. 리틀로 시작해서 샤이론, 그리고 블랙으로 마무리되는 샤이론의 세 챕터가 시작된다.    








<누군가에 의해 무너지기도, 사랑받기도 하는 샤이론>

 우리들은 누구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들을 통해 좀 더 성장하기도 하고, 상처받아 아파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일들은 당연하고, 샤이론 또한 그런 과정을 겪으며 성장통을 겪는다.    


샤이론의 엄마는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지만, 조금은 그 방식이 왜곡되어 있다. 결국엔 ‘마약 중독’으로 인해 아이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온전히 샤이론의 입장에서 엄마는 두렵기도 하고, 원망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어른이 돼서도 엄마와 관련된 악몽을 꾸기도 해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에게 사랑과 존중을 가르쳐준 사람들이 있다. 샤이론이 어렸을 때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이후로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후안과 테레사이다. 후안에게 샤이론은 처음엔 침묵을 지켰지만, 점점 마음의 문을 열어가게 되고 거의 아빠 같은 존재가 된다. 수영을 가르쳐주는 장면은 정말 뭔가 뭉클하면서도 인상적이다. 테레사는 후안의 애인으로, 그에게 사랑과 자부심을 주는 인물이다. 후안이 죽고 난 후에도 언제든지 오라며 누구보다 ‘집같이 편안한 존재’가 된다.

 특히 후안은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라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뭔가 애틋하면서 그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케빈이 있다. 케빈은 그에게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소꿉친구이다. 케빈은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당하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첫사랑을 느끼게 한 사람이다. 식당에서의 재회 장면은 뭔가 긴장되면서 나에게까지 떨리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들 모두 샤이론의 정체성과 신념, 사랑에 있어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노래들>

Barbara Lewis의 Hello Stranger라는 노래가 있는데, 절친이자 첫사랑인 케빈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노래이다. 약 10년이 흐른 후, 전화 한 통으로 그를 다시 찾게 된 케빈. 그리고 케빈이 일하는 식당에서 둘은 재회한다. ‘이 노래를 듣자마자 너가 생각났어’라며 노래를 다시 틀어주는데, 오랜만에 만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말이다. 여기서 그 또한 샤이론을 그리워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른이 된 그에게 케빈은 ‘이건 너가 되고 싶은 진짜 모습이 아니야’라며 진심 어린 충고를 한다. 실제로 케빈의 기억 속 샤이론은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는데, 나중에 만난 모습은 자기 과시를 하며 마약 거래를 하는 모습이라니, 놀랄 만도 하다. 이 노래 제목이 ‘Hello Stranger’라는 것도 이러한 의미로 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이지만 어딘가 맞지 않은 틀에 억지로 끼워져 있는 듯한 모습, 뭔가 남모를 어색함과 낯섦이 느껴질 것 같다.


이 노래 이외에는 대부분 가사가 없는 음악들을 사용한다. 특히 역동적인 현악기들로 인하여 인물의 불안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어 오로지 인물의 눈빛, 표정 하나하나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으로 감정을 읽다>


샤이론은 지금까지는 자신의 생각대로 무언가를 정하지 않고, 그냥 흐름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맡긴다. 그래서 그에게는 항상 푸른빛이 따라다닌다. 서양권에서 ‘블루’란 외로움, 고독을 의미하는 색인데, 작품을 보는 내내 가장 많이 보였던 것도 바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인 것 같다.

 적대심과 불안함을 표현하는 방식도 있다. 그에게 꼬리표같이 따라다니는 마음 아픈 순간인 엄마가 그에게 소리치는 장면을 보면 엄마의 문은 붉은빛으로 둘러싸여 있고, 화를 내며 방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붉은 계열의 색은 어쩌면 파란빛과는 대조적인 색이라고 볼 수 있다. 둘 사이의 단절과 10대의 샤이론에게 엄마는 너무 버거운 존재였음을 알게 해준다.    




 

이 작품은 각색상을 받기도 했는데, 상을 받은 주인공인 타렐 맥크레니가 한 말이 계속 맴돈다. ‘이 상은 모든 유색인종과 성 소수자들 분께 바칩니다. 스스로 힘을 가지고 용기를 내길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샤이론은 사람들의 잣대에 의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여기서 후안이 샤이론에게 해준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 누군가가 후안을 달빛에 파랗게 비친다는 이유로 ‘블루’라고 불렀을 때, 그는 ‘블루’가 아닌 자신 ‘후안’의 삶을 택했다. 샤이론의 세 챕터 제목인 리틀, 샤이론, 블랙 다 케빈에 의해 불리는 이름들이다. 그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을까. 마지막 장면처럼 계속 케빈과 행복하게 살게 될까. 괜히 그를 마음 졸이며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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