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더 완벽했던 우리들의 순간.
아쉽게도 <워터 릴리즈>는 보지 못했지만, 셀린 시아마 기획전을 보게 되어 감독님을 더 좋아하게 된 건 분명하다. <톰보이>는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면, <걸후드>는 인물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 불가능한 두근거림이 있는 작품이다. 보는 내내 사소한 장면들 하나하나가 공감이 되고, 특히 10대 중반의 시기를 다루어 중학교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한때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무언가에 책임을 지게 되고, 무리에 어울리고 싶어 하는 '소속감'을 잘 보여준다. 서로의 별명을 새긴 목걸이 그리고 점점 닮아가는 옷차림에서 '나'가 아닌 '우리'로 정의되는 빅은 우리 모두의 10대 시절을 대표하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도 웃음이 나오고, 조금은 일탈적인 행동을 한다한들, 함께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마냥 좋았던 그 순간들. 특히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Rihanna의 'Diamonds'노래에 맞추어 노래하며 춤추는 빅과 아이들의 모습은 <걸후드>를 대표하는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듯 다소 과한 옷들을 입고 파란 조명에 물드는 그들은 누구보다도 빛난다. 카메라는 그동안의 전개와 달리 조금은 느린 움직임으로 그들의 행복을 천천히 담아둔다. 곧 사라질 한순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역시나 빅에게도 위기는 닥친다. 단순한 관심과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탈이었지만, 동생이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는 걸 보는 순간, 환상은 어느덧 현실로 재빠르게 모습을 바꾼다. 그 후 시간이 지나 빅과 친구들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다시 한번 우연을 다시 인연으로 만들어 보려는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가장 공감이 된 장면이다. 마지막 즈음 빅의 웃음은 의미심장하면서 의문을 들게 한다. 친구들과의 우정이 그저 한때임을 보여주는 씁쓸함인지,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희망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셀린 시아마 감독님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섬세한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보여준, 나에게 즐거웠던 추억과 그때의 생생함을 다시 느끼게 한 작품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그 순간들은 나 혼자가 아닌 '모두'의 추억이기 때문에 더 좋았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이유이다.
<걸후드> 정사각형 엽서.
1.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고, 그 자체의 색감이 너무 좋아서 최대한 느낌을 살리려 비슷한 계열의 컬러를 선정. 일종의 추억앨범 같은 느낌으로 흑백처리를 한 같은 이미지를 뒤에 배치했다.
2.
이 또한 따뜻한 색감 그대로를 빌려 배경색을 정했다. 이미지가 완전히 겹치는 것보다는 살짝 걸치는 정도가 더 마음에 들어 1번과는 이미지 배치를 조금 다르게 해 보았다.